현장, 체험학습-'가을들꽃'관찰

입력 2002-10-23 14:00:00

자녀들과 체험학습을 해 보라고 하면 학부모들은 먼저 겁부터 낸다. 어디를 어떻게 가야 제대로 된 체험을 할 수 있는지, 현장에 가서는어떤 얘기를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한두 번 다녀오면 욕심이 끝도 없어진다. 어디 먼 곳이 없는지, 남들이 쉽게 가 보지못한 곳은 어딘지 찾아다니다가 이내 지치기 십상이다.

이럴땐 집 근처 어디든 산과 들로 나가 보자. 가을은 온 천지를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만든다. 막연하게 산과 들을 다닐 게 아니라 쉽게 눈에 띄는 들꽃 공부를 해 보자. 지천으로 깔린 주변 들꽃들에 관심을 갖다 보면 생명의 신비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전 학습=인터넷에서 가을 들꽃과 관련한 사이트를 찾아보자. 집에 식물 도감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인터넷에서 들꽃에 관한 자료를찾으면 된다. 참고로 교사들은 초등학생이 있는 집이라면 식물 도감 하나쯤 갖추기를 권하고 있다. 검색엔진에서 '들꽃'으로 검색해도 좋고 www.wild-flower.pe.kr(한국의 야생화), wildflower2u.co.kr(가을에 피는 들꽃 모음), www.wildflower.co.kr(김태정의 야생화),www.wildplant.org(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 등의 사이트를 참조해도 된다.

▲준비물=식물도감(가을 들꽃이 따로 분류되어 있으면 좋다), 돋보기나 루페(육안으로는 자세히 볼 수 없는 물체의 미세한 부분을 확대하여 관찰하기 위한 볼록 렌즈), 필기구와 공책노트, 스케치북, 색연필, 사진기 등

▲찾아갈 곳=숲이 있는 어느 곳이든 상관이 없다. 무심코 지나치던 곳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수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끼류에서부터 양치류, 버섯과 함께 여러 가지 예쁜 들꽃들이 피고 진다. 마을에 딸린 산이나 자주 오르내리는 등산로에서 쉽게 학습할 수 있다.

▲가을 들꽃의 특징=쩖 가을에 피는 꽃들은 보라색이 많다. 잔대, 용담, 향유, 모시대, 도라지, 투구꽃, 배초향, 오리방풀, 쑥부쟁이, 벌개미취 같은 꽃들이 보라색이다. 보통 봄에 피는 풀꽃들은 노란색이 많고, 여름에 흰색이 많다. 물론 가을이라고 노란색과 흰색, 붉은색이 없는 건 아니다. 쩗 가을꽃은 키가 크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띈다. 봄꽃들이 키가 작은데 비해 가을꽃들은 자라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곤충을 불러들여 종족을 쉽게 퍼뜨릴 수 있는 것도 키가 큰 이유다. 쩘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향기가 짙은 편이다. 봄이나 여름에 비해 곤충의 종류가 적으므로 보다 많이,보다 멀리 꽃의 존재를 전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가을 들꽃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을꽃은 낮이면 꽃잎을 열고 밤에는 닫는 것들이 많다. 용담은 낮에는 꽃잎을 반 정도 오므리고 있지만 저녁 해가 기울면 완전히 꽃잎을 닫아 속에 든 수술과 암술을 찬 서리로부터 보호한다. 또 가을꽃들은 줄기에 털을 갖고 있거나 회색가루가 칠해져 낮의 뜨거운 햇볕을 반사시키고, 밤 추위를 견딘다.

▲들꽃 체험하기=먼저 식물 도감을 통해 꽃의 이름을 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여러 가지 꽃의 특징을 배우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을 때 일반 카메라는 너무 가까이서 찍으면 초점이 안 맞아 사진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학년생은 홑잎, 겹잎, 깃꼴겹잎, 손꼴겹잎,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 등 잎의 모양과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미리 잎사귀를 그려두었다가 식물 도감을 통해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또 확대경을 통해 꽃밥, 수술, 암술, 꽃잎, 꽃자루, 씨방 등을 관찰하고 스케치북에 그려본다. 저학년생은 잎사귀를 색연필 등으로 탁본하거나 십자형꽃잎, 나비모양꽃잎, 항아리모양꽃잎 등과 같은 꽃잎의 종류나 잎사귀 모양에 따른 종류를배워보는 것이 좋다. 스케치북에 그려보는 것도 좋은 학습이다.

▲주의할 점=들판에 핀 꽃이라고 해서 함부로 꺾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가 특정 야생식물 120여 종을 지정해 보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극히 일부를제외하면 가정에서 기르기가 쉽지 않다. 꼭히 키우고 싶다면 가정에서 기르기 좋게 개량된 토종 품종, 수입 원예 개량종으로 화분이나 화단을 채우는 게 좋다. 들꽃 체험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생명의 신비로움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들이 서로 공존해야 한다는 생태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기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미디어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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