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매전 임실교회 박흥식 목사

입력 2002-10-23 14:21:00

◈청도 임실교회 박흥식 목사

"오늘은 빵굽는 날, 빵 먹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모두 모여라"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청도군 매전면 임실마을 산자락에 위치한 임실교회. 10년째 이곳에 살고있는 박흥식(44)목사와 고태영(40)씨 부부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빵을 굽는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불우이웃들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고소한 냄새가마을에 퍼지면 마을 어린이들과 주민들은 교회마당 한켠에 자리잡은 빵공장 '사랑방 나눔터'에 모여든다.

앞치마를 두르고 생크림으로 케이크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박목사의 손놀림은 제과점 기술자처럼 능숙하다. 이들 부부가 직접 빵을 만들어남몰래 불우이웃을 도와온 지 벌써 5년째. 사랑방 나눔터에서 만들어지는 빵은 동네 주민들과 불우노인들이 즐겨 드실 수 있도록 케이크와 카스테라 등 부드러운 종류다. 박목사 부부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후 곧바로 노인치매센터인 효사랑마을과 인근 경로당, 홀몸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빵 배달에 나선다.

박목사는 "농촌지역이라 떡은 먹을 기회가 있지만 제과점에서 파는 케이크나 카스테라 등은 고급으로 인식돼 사 먹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 직접 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처음엔 마을 주민들을 교회에 오게 할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생일날 케이크를 받은 후 너무 좋아해 본격적으로 빵과 과자를 만드는 기술을배웠다. 제과 제빵 기술 익히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엔 빵 만드는 헌 기계를 20만원에 구입하여 친척과 경산지역 제과제방협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생활형편이 어려워 빵재료를 구하기에도 벅찼으나 우연히 박목사의 소식을 들은 경산시 계양동의 '행복을 굽는 빵집'의 젊은부부가 적극 동참해줘 큰 힘이 되고있다. 이들은 매일매일 팔다가 남은 빵을 다음날 팔지않고 기꺼이 불우노인들의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 지난주에는 제과점에서 모은 동전 한꾸러미를 전해주고 갔다.

빵굽는 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은 청도군내 어린이들의 방문이 줄을 이어 교회주변이 어린이 놀이터로 변했다. 청도읍 천사어린이집 도애경(29)교사는 "어린이들이 밀가루 반죽으로 동물, 별 등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양을 만들어 빵을 만들어보면서 너무 신기해하고 집으로 가져가서 부모님께 자랑한다"며 고마워했다.

박목사 부부가 93년 처음 부임해왔을 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박목사가 고장난 농기계를 무료로 수리해주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철마다 생산되는 산나물과 주민들이 재배한 채소와 과일들을 대구, 부산, 울산, 인천까지 대도시의 자매교회와연결, 농산물판매사업을 주선해 농가소득을 높여주었다.

요즘은 마을주민들의 생일때엔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하는 등 마을주민들과 흉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박목사는 "아직은 재정형편이 어려워마음처럼 이웃을 돕는 일을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불우한 노인들을 편히 모실 수 있는 노인복지사업을 펼치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밝혔다.

청도·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