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6)'거대한 힘'

입력 2002-10-22 15:01:00

제16대 대선은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즉 우리 정치사를 30년 이상 쥐락펴락해 온 이른바 '3김'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치러진다. 물론 3김에 대한 미련과 애증이 아직 남아 있고 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DJ는 여전히 호남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고 반DJ 정서로대변되는 영남의 표심도 만만찮다. JP의 영향력도 충청권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3김의 영향력이 예전같이 표심을 좌우하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만큼 지금까지 전개된 대선 양상과는 다른 선거전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권을 삼분해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며각종 선거에서 지역을 볼모로 해 온 이들의 불출마는 역설적으로 각 지역으로 하여금 독립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됐다.

지금껏 여러가지 이유로 분산돼 힘을 쓸 수 없었던 지방의 힘은 여전히 유권자가 가장 많다는 서울과 수도권을 압도한다. 실제로 92년 제 14대 대선에서 지방과 서울.수도권의 표 차이는 288만5천607표였다.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총 997만7천646표를 얻어 2위를 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804만1천690표)를 193만5천956표 차이로 이겨 '문민정부'를 열었다. 지방과 서울.수도권의 표 차이는 두 사람 표차이보다 약 100만표나 많았다.

또 97년 제 15대 대선 때도 지방과 서울.수도권간 표 차이는 14대 때보다는 줄었다지만 267만여표에 이르렀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양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당선자인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2위를 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간 득표 차이는 39만557표에 불과했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지방의 '거대한' 힘을 결집, 지방 발전의 강력한 의지를 갖춘 후보에게 몰아 줄 경우 대통령을 당선시키고도 남는다. 그만큼 지방의 힘은 막강하다. 다만 지금까지는 '지역감정'이라는 도저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괴물에게 압도돼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다.

지방이 지역감정의 그물에 욱죄어 휘둘리는 동안 서울과 수도권은 점점 넘쳐나는 사람과 돈, 그리고 정보를 바탕으로 공룡이 됐다. 그리고 차츰 경기도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 이제는 충청권 일부마저 넘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제까지 지역감정에 휘말려 지방이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땅넓이는 물론 인구도 지방이 훨씬 많다. 그러나 조금만 더 머뭇거리다가는 서울과 수도권이 지방의 힘(표)을 능가하는 상황도 머잖았다. 지방과 서울.수도권의 표차이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때문이다.

지방의 힘을 모으고 한 목소리로 지방분권을 외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가 지방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서울 및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 한데 모은 지방의 목소리를 표로 보여줘야 한다.

3김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있는 이번 대선이 지방의 입장에서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서울과 수도권의 이상 비대를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지방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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