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네바 합의 폐기

입력 2002-10-21 14:30:00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개발 동결 대가로 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던 제네바 기본합의를 공식 폐기한다는 것은 북미관계를 원점으로 돌리는 조치다.

뉴욕타임스가 기본합의서 공식폐기 방침을 보도한 직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기정사실화 됐고 합의서 폐기는 이제 국무부의 공식발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합의서는 지난 1994년 서명 이후 북미관계의 기반이 돼왔다.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북한에 매년 50만t의 중유를 공급하고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위험이 적은 경수로를 건설해준다는 기본합의서는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이미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북한이 기본합의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계속했다는 것은 합의서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합의서에 북한의 핵개발 여부를 투명하게 확인할 방법이 명시돼있지 않은 것이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사태를 용인했다는 것이다.미국내에서는 과거에도 이미 제네바 합의에 대한 불만과 재검토 요구가 제기된 바있다.

지난 2월 벤자민 길먼 등 3명의 미국 하원의원들은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북한의 경수로 건설을 지원한다는 94년 미국의 약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등 공화당 강경파의원들을 중심으로 기본합의서 재검토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은 지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 서명의 기반위에서 지금까지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이 합의서를 공식폐기한다면 북한 핵개발을 막기위한 또다른 합의를 이루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북한 핵개발을 막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북한 핵개발 저지 의지는 강력하다.

1994년 제네바 합의도 북한 핵개발 저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1999년9월 발표된 윌리엄 페리 당시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페리 보고서'도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미국과 동맹국이 당면한 주요 문제로 언급했다.

합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려 한다면 군사행동이든 외교적 압력이든 간에 북미 양국간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1994년 영변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단행한다는 최후의 방안을 마련했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기본합의서 폐기를 공식 발표한다면 그것은 당장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중단, 경수로 건설 중단등의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경수로 건설 중단을 요청하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고립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끝까지 핵무기 개발을 고집할 경우 미국의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나 극단적인 경우 군사적 행동의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지만 미국은 현재로서는 평화적 해결방침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평화적 해결이란 아사히 신문의 보도대로 민간인 특사를 북한에 다시 파견해서 재협상에 들어간다는 것일 수도 있고 외교적인 압력을 통해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파월장관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최선의 대응책을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미국의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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