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제 성당2동 파출소장-이웃홀몸노인 아들노릇

입력 2002-10-21 00:00:00

조철제(55) 대구 성당2동 파출소장에겐 경찰관 생활 30여년만에 친어머니 외에 2명의 노모가 더 생겼다.먼저 만난 노모는 1987년 조 소장이 처음 파출소장을 맡았을 때 파출소로 찾아 왔다. 재래시장 한 모퉁이에서 채소.군밤 등을 팔아 어렵게 모은 전재산을 사기당했다고 박모(81) 할머니가 호소했던 것. 50년 전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하나뿐인 자식까지 병으로 잃었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딱한 사정을 듣고 그냥 보낼 수 있어야지요. 밥이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어 근처 식당을 찾았다가 그동안 할머니의 혼자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그 이후 조 소장은 할머니가 혼자 사는 단칸방을 15년 동안 드나들며 아들 노릇을 했다. 많지 않은 봉급이지만 일부를 할머니 병원비.생활비에 매월 꼬박꼬박 보탰다.

이 노모와 관련한 조 소장의 가장 큰 걱정은 비 오거나 궂은 날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 그러나 자신이 방문할 때마다 따뜻하게 밥을 지어 먹이려 애쓰는 이 노모의 정성은 오히려 조 소장을 감동시키는 것 같았다.두번째 노모는 지난 7월 주민의 소개로 만나게 된 최모(78) 할머니. 남편과 사별하고 몇년째 홀로 어렵게 살고 있다고 했다. 전엔 건축공사장에서 못 빼는 일 같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생활을 꾸렸지만 이제 거동이 불편해 생계조차 어려운 실정.

"보일러를 못놔 겨울에도 냉방에서 지내길래 보일러 설치비를 드린 적이 있었지요. 그러나 나중에 보니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아들을 위해 예금해 놨습디다. 가슴이 아팠어요. 기술자를 불러 제가 직접 설치해 드리고야 보일러를 쓰게 되셨습니다".조 소장은 이제 2년 후면 30여년간의 경찰 생활을 접어야 한다. 정년을 앞두면 흔히 허전해 하지만, 그는 '세 노모'가 계셔서 더 바빠질 것이라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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