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3등 국민

입력 2002-10-17 15:10:00

서울에 있는 북한산의 옛 이름은 3개의 뿔로 된 산, 곧 삼각산이다. 이 지명은 고려 성종(993년) 때부터 시작해 1960년대까지 통용됐다.그러다 70년대 들어 북한산과 혼용되고, 80년대부터는 북한산으로 굳어졌다. 북한산은 서울지방의 옛 이름인 한산(漢山)의 북쪽을 가리킨 지명으로 짐작된다.

▲'삼각산' 하면 널리 알려진 시조 한편을 떠올리게 된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련마는/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병자호란 때 굴욕적 화의에 반대했다가 청나라로 끌려간 김상헌의 시조다. 서울 쪽을 돌아보며 토해놓은 선생의 애통절통이 느껴진다.

▲지난 북일 정상회담 때 중요의제 중 하나는 일본인 납북자(拉北者) 문제였다. 일본의 집요한 생사확인 요청이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으로하여금 납북 시인과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 그 후속조치로 일본인 납북 생존자 5명의 고국 일시방문도 성사됐다. 급전직하 인생행로가 바뀌어버린 이들을 맞는 일본 열도의 분위기는 연민과 착잡함으로 압축되는 것 같다. 늦긴 했으나 일본인 납북자의 귀환과 대북(對北) 통신로의 확보는 일본 외교의 성과라 할 만하다.

▲같은 날 우리나라 신문 사회면은 같은 문제를 놓고 완전 딴판인 기사를 싣고 있었다. "아버지를 돌려달라"는 납북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가 그것이다. 납북자 가족 모임 등 5개 단체가 인천 앞바다에서 벌인 '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촉구 시위' 기사였다. 북한에는 현재 남북 휴전 이후의 납북자 3천790명 중 12.8%인 486명이 억류돼 있다. 여기에는 69년 12월의 KAL기 피랍자 12명과 2000년 1월 중국연변에서 끌려간 목사 한 분도 포함돼 있다. 비운을 겪고 있는 사람이 어찌 이들 뿐이겠는가. 수만의 북한 국군포로, 십여만의 중국 탈북자들이 모두 한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 백성들이다.

▲미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미국의 자국민 보호의지와 능력에 매력을 느낀다. 그들의 자국민 보호의식은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하다. 그래서 타국민들로부터 질시 반, 부러움 반의 염(念)을 일으킨다. 그것은 미국(melting pot)이라는 나라의 취약성을 보완하기위한 자기방어 행위로 해석된다. 여러 이민족을 결집시키기 위해 자국민 보호 지상주의(至上主義)를 내걸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그 점에서 3등 국가를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일민족 단일언어의 강한 민족적 정체성이 아무 의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세계 10대교역국, OECD가입, 노벨평화상을 운위하기 전에 피눈물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등잔 밑을 먼저 살펴달라는 절규다.

박진용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