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한국영화 어디로…

입력 2002-10-17 14:04:00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상인이라는 유태인 상술의 상대는 여자다.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생활하기 때문에 소비의 주체를 여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자녀교육을 마친 중·장년의 부인들이 퇴색되어 가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되살리기 위해 값진 보석과 패물을 지니기를 원한다고 믿은 결과다.

1960년대의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주관객층은 '고무신 손님'이었다. 그러다가 영화법이 개정되면서 무너졌다. 새 영화법은 4편의 방화제작실적에 따른 1편의 외화수입쿼터배정.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외화의 수입권을 얻기 위해 속전속결의 영화제작을 서둘렀다. 관객에게 보이기 위한 원래의 목적은 부차적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영화가 쏟아지면서 전국지역별 배급업자의 요구도 각각이었다. 패턴과 포맷이 애매했고관객층이 분산 약화되었다.

하지만 충무로는 흥청거리기만 했다. 지방의 입도선매나 간접배급에서 얻어진 자금으로 제작비를 충당한 탓이다. 제작실적에 따라 취득한외화수입권으로 부의 축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많아서다. 물론 관객은 오래 참지 않았다. 전국의 관객들이 방화를 외면했다. 우수영화와 외화쿼터제 1:1의 배정제도는 그래서 나온 고육지계다. 결과 우수영화의 심사위원이 주관객층이 되었다. 교훈이나 계도가 강조되고 정부의 홍보가 우선이었다.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영화산업이 발전한다던가. 지금 한국영화는 최고의 전성기다. 자금이 넉넉(?)하고 관객층이 두텁다. 국제영화제에서 인정받는 감독도 있고 영화관련학과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하지만 관객은 코미디 외에는 다른 장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에로티시즘이 강한 '마법의 성'조차도 코미디를 앞세운다. 웃기지도 않고 말초신경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코미디장르라는 '도둑맞곤 못살아'는 주말드라마에까지포스터가 수시로 등장하고 TV에나 가능한 문자가 대형스크린에서 몸부림치지만 겨드랑이를 간지르는 고문(?)이 따를 뿐이다. 다른 방화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신예감독과 신인배우의 대거등장을 통한 제작비 절감이 미숙함으로 나타나지만 웃음으로 무마하고 있다. 웃음의 반전을 노리는 교훈이 결말을 장식하지만관객이 동의하지 않는다. 어느 관객층도 겨냥하지 않고 과거의 나쁜 것만을 닮아 가는 한국영화산업이다. 계속되면 관객이 외면하고 정부가 나서면 실패하는데…. 아직도 한국영화산업은 정부를 믿는 것일까.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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