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절의 도미노'를 개탄한다

입력 2002-10-15 15:16:00

낙엽 한잎에서 천하의 가을을 안다더니 우린 지금 '돌아온 철새'두마리에서 대선(大選)의 역겨움을 읽는다. 민주당의 전용학 의원과 이완구 자민련 의원이 어제 한나라당에 투항해오자 후보진영마다 개미집 돌떨어진듯 시끄럽다.

민주당은 "의원 빼가기는 일당독재의 기도"라느니, 정몽준 후보측은 "배신은 사회의 신뢰를 해친다"느니 하며 거칠게 반응했고 JP는 상처난 자존심을 감추려 신문만 계속 봤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두사람 다 제발로 걸어왔다"고 딴청이다. 아니, DJP연합때 자민련 교섭단체 꿰맞추려고 의원 꿔주고 꿔온게 어느 정당이며, 그걸 또 왜 꿔주냐며 고래고래 악을 쓴 정당이 누군데 이짓 들인가. 국민들은 허탈하다.

전용학 의원이 누군가. 민주당 대변인, 햇볕정책의 전도사, 한나라당을 수구·부패정당으로 몰아온 공격수가 아니던가. 이완구 의원은 누군가. 자민련 원내총무까지 지내며 DJP연대의 '마담'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이 고무신 바꿔신기로 작정했다면 '변절의 도미노'는 불가피하다. 헤쳐모여 하려거든 차라리 빨리하라. 이 정치판에서 이들 두사람만 욕먹을 이유가 없다.

철새들은 아무래도 우리 정치판의 불치병같다. 새로운 정치, 정치혁명을 이루겠다는 이회창·노무현·정몽준의 세후보 진영이 하나같이 개혁의 '립서비스'만 외치고 있다. 모두들 30%를 넘지못하는 불확실한 지지율이 빚어낸 조급증 때문이다.

자기당 후보가 지지율이 낮자 헌신짝 취급하려는 민주당 반노(反盧)그룹의 행태가 그렇고, 필마단기 처지에 '이미지'하나 믿고 이탈세력만 기다리는 정 후보측의 계산법이 그렇다. 충청표를 먹고는 싶은데 JP와 손잡다간 오히려 혹붙일까 싶어 자민련 각개격파에 나선 이회창 후보진영의 들통난 속셈도 웃음거리다.

국민들은 각 후보·정당들의 '정체성'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정체성이 실종됐으니 누구를 선택하란 말인가. 3김청산 한다면서 3김정치를 답습하고 있는 이 상황의 종결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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