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동네가게는 지금 '야인시대'

입력 2002-10-15 15:34:00

서민들의 피를 빠는 '생계 갈취폭력'이 횡행하고 있다.대구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14일 향촌동파 폭력배 이모(3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5월 대구시 중구 김모(47) 박모(45)씨 등의 이발소에 찾아가 스스로 폭력배라고 위협한 뒤 '보호비'라며 여러차례에 걸쳐 3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 경찰에 붙잡힌 김모(29)씨는 작년 2월 중구 동인동에서 카센터를 하는 김모(41)씨에게 20만원을 빌려 달라고 한 뒤 갈취하고 수리비 40만원을 주지 않고 차도 무료로 고쳤다. 김씨는 2년전 한 금은방을 찾아가 금팔찌 등 9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제 물건 처럼 챙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엔 40여만원 어치의 공짜술을 먹은 김모(32)씨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5월엔 서구 내당동 한 식당을 찾아가 유리창을 깨는 등 위협을 가한 뒤 40여차례에 걸쳐 140만원 어치의 술을 마음대로 마신 40대가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이 올들어 9월 말까지 붙잡은 서민 갈취배만도 357명에 이르며, 그 중 129명이 구속됐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갈취범들은 '오늘 출소했다' '옷 한벌 사야 한다' '인사하러 왔다'며 접근, 빈 지갑을 보여 줘 돈을 채워 넣게 하거나 제 것 처럼 물건을 가져간다"고 전했다.

중부경찰서 담당 형사는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편의점에다 대고 치료비를 강요한 갈취범도 있고, 마치 제 집 드나들듯 몇달에 걸쳐 국밥집 밥을 무료로 먹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갈취가 횡행해도 서민들은 영업을 계속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당하고도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도 "서민들은 앞으로 계속될 지 모르는 영업 방해, 보복, 신변 위협 등 때문에 신고를 않는 것은 물론 경찰관이 찾아가도 피해 진술조차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경기가 어려워진 뒤 이같은 골목 깡패들이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이달 말까지 집중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