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스포츠 과학

입력 2002-10-15 14:58:00

아시안게임 마라톤을 2연패한 이봉주는 충남 천안출생으로 천안농고에서 육상을 시작하여 3번째 고교인 광천고 육상부를 졸업했다. 지난 90년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한 이래 13년째 마라톤선수 생활을 하며 아시안게임과 보스턴마라톤대회 등 권위있는 국제대회에서 우승, '국민 마라토너'로 자리잡고 있다.

이봉주는 키 164.5㎝, 체중 56.5㎏, 체지방율 8.6%로 마라톤선수로서 뛰어난 생리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1분동안 공기중의 산소를 섭취하는 최대능력)이 체중 1㎏당 78.6㎖로 역대 세계 최상급선수인 딘사모, 살라자르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황영조(84.5㎖)보다는 조금 처지지만, 20대 일반성인 남자의 평균치가 45㎖인점을 감안하면 거의 2배에 가깝다.

그는 경기수행시 피로를 느끼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경기수행시 힘들이지 않고 높은 운동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나타내는 무산소성 역치수준이 82.8%(최대스피드에 대해서)로 황영조의 79.6%보다 높다.

이러한 수준은 과거 80년대 초반 세계최고기록을 보유했던 살라자르가 역대선수중 가장 높은 80%의 수준을 나타낸 바 있는데, 이를 능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강도는 황영조가 지치지 않고 달릴수 있는 스피드에 해당하는 분당 310m를 다소 능가하는 수준이다. 일반인들의 경우 이 수준은 자신의 최대능력의 50~55% 수준에도 거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는 또 피로회복능력이 매우 뛰어난 장점을 갖추고 있다. 매우 높은 강도로 운동을 수행하는 경우 피로물질인 체내 젖산을 단시간에 다시 제거하는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경기중 높은 스피드를 계속 유지하거나, 반복해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선수보다 월등하다는 것이다.

국내 우수선수들이 높은 강도로 운동을 수행한 후 15분 동안의 피로회복능력이 50%수준에 머무는데 반해서 컨디션이 양호할때 그는 62.0%를 기록한 바 있어서 운동생리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러한 피로회복능력은 일반인의 경우 25~30% 수준을 나타낸다.

어쩌면 그의 최상적 신체조건이 황영조의 그늘에 가려진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의 생리학자들은 이미 두 선수의 생리적 능력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 바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종합대회에서의 마라톤 2연패는 선수 스스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관점에서 위대한 성적으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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