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농협 고추장부 조작

입력 2002-10-15 00:00:00

입출금 전표 등도 누락

청송 진보농협의 군납고추 비리사건을 통해 농협의 고추 수매장부와 관련 공문서가 허위로 작성되거나 짜맞추기식으로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청송 진보농협은 다른 농협들로부터 위탁받은 군납용 건고추 수매를 납품업자 허모씨에 대행시켜 상인에게 수매토록 방조했으며, 이를 지역내 30여개 고추작목반과 영농조합의 이름을 빌려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것처럼 허위 조작했다는 것.

농협이 고추를 수매할 경우 원칙적으로 생산자로부터 직접 사들이고 수매시 생산자의 당일 수매물량과 수매전표(납품거래서), 수매대금 입출금표를 수매원부에 기재해 근거서류로 보관해야 하지만 진보농협은 이같은 절차를 아예 무시했다.

다만 재해나 흉작으로 수확량이 줄어 개인농가로부터 수매물량 확보가 어려울때 농협중앙회 승인을 받아 작목반과 영농조합에서 수매를 할 수 있지만 최근 2, 3년간 진보지역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으며,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실제로는 중간수집상들의 고추를 대량 수매했지만, 서류상 작목반과 영농조합에서 일괄 수매한 것처럼 농협 직원과 짜맞추기를 한 것이다.

진보지역 연간 고추생산량은 100여만근 정도지만 허씨가 진보농협을 통한 2년간 수매량은 지역 전체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270여만근에 이른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안동지역 모농협도 군납용과 시판용 고춧가루 가공을 위해 고추를 수매하면서 농민 이름을 도용하거나 농민들의 실제 수매량보다 부풀려 장부를 작성, 허씨와 상인들의 고추를 수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 조합원 박모(62)씨는 "지난해 고추 700근을 수매했으나 대금정산때 2천여근을 수매한 것으로 장부에 적혀있어 정정을 요구했다"며 "이 장부에는 수매한 농가 이름만 있고 반드시 있어야 할 대금지급 계좌 등은 누락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 농협은 지난해 9월 2차례에 걸쳐 진보농협으로부터 상품 건고추 1만1천여근을 위탁 수매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놓고, 실제로는 상인들에게서 불량고추로 가공한 고춧가루 10t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농협 직원들은 "질이 떨어지는 고추를 농협에 팔아 막대한 차익을 보려는 상인들과 이들에게 뇌물을 받거나 수매대금을 착복하려는 농협 간부, 수매 담당직원들이 결탁한 결과"라며 "조합원의 명의 도용과 장부 조작 및 이중전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상인들의 고추를 수매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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