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중구청-대구시 대립

입력 2002-10-15 00:00:00

같은 도로에 1.4㎞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두 부지를 놓고 해당 구청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한쪽에서는 "주민 생활 여건이 불비하니 고층 건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쪽에서는 "구 인구를 늘리려면 필요하니 공원이 아니라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 혹은 건축 허가를 가진 것은 대구시청. 시청은 법이 우선이고 그 바탕에서 시 전체의 균형 개발을 지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청들은 각자의 사정을 호소해 까딱 시청과도 마찰을 빚을 조짐이다.

◇북구청의 42층 빌딩 반대=침산동 명성웨딩 부지에 42층 짜리 주상복합빌딩 건축이 추진되자 구청이 반대 의견을 공식 천명했다.

사업주측은 지난달 24일 교통영향평가를 신청, 오는 24일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대구시청의 입장은 "건축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쪽. 그곳이 용적률 허용한계가 1천%나 되는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건축을 무작정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축주들의 신청예정 용적률은 550%에 불과하다는 것.

대구시청이 할 수 있는 것은 교통 소통이 원활하도록 갖가지 조건을 요구하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번 1차 심의에서도 심의위원들은 교통유발 요인을 줄이고 건물 주변에 너비 3m 정도의 가감속 완화차로를 설치하는 등 4개항의 요구조건을 내 건 것이 전부였다.

교통평가 다음 절차는 건축허가 과정이지만, 건물 높이나 용적률에서 큰 문제가 없어 역시 통과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북구청은 법적 기준과 관계 없이 '선 학교부지 확보 후 건축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민간의 개발 계획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환경 등 주변 여건상 대형건물 진입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쪽. 이에 앞서 관할 서부교육청까지 침산동 일대를 학교 부족지역으로 지정해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구청의 건물 유치 욕심=명성웨딩 부지와 같은 도로에 접해 있으면서 훨씬 시내쪽에 자리잡은 태평로의 옛 연초제조창 부지를 놓고는 중구청이 전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워낙 혼잡 지역이고 또 공기업 용지라는 점도 주목해 대구시청은 이를 공원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1999년 수립했다. 이에대해 땅 주인인 담배인삼공사는 사유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무릅쓰고 공원화를 강행하겠다는 것. 1, 2심에서는 대구시청이 이겼다. 시청의 유일한 걱정은 땅값이 공시지가 기준으로도 600억~700억원에 달해 구입비를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것.

이런 가운데 중구청은 구 인구 감소와 재정 수입 확충 필요성을 들어 '안경 특화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원 조성 계획에 대해서도 오히려 도심 공동화 초래 우려를 내 세우고 있을 정도. 중구에는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이 있고 2.28기념공원까지 건설되고 있어 역내 공원이 너무 많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중구청은 1만1천여평의 땅에 공장형 아파트를 지어 안경특화 산업단지로 육성, 인구도 늘리고 수입도 늘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장, 판매센터, 무역사무실 등을 갖추고 전시.판매.수출상담 등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다는 기본계획까지 제시됐다. 각국의 바이어들이 몰려들테니 숙박.서비스업 등까지 덩달아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숨기지 않는다.

◇같은 문제에 서로 다른 입장=중구청은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내년 4월쯤 도시계획 변경을 이뤄내겠다는 대 시청 활동 계획까지 만들어 두고 있다.

반면 북구청은 건축 허가권을 가진 대구시청에 "학교 신설을 위한 도시계획 시설결정부터 하라"고 요구하면서, 논거를 제시하기 위해 앞으로의 인구 유입량 및 학교 부족량 등에 대한 연구를 지난달 외부 기관에 발주, 다음달 결과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북구청은 최소 초교.중학교 각 1개 정도는 확보돼야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녹지공간 및 도로 부족 등의 문제도 시공업체와 조정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균 도시국장은 "관련 권한이 모두 시청에 있어 북구청이 의견을 관철하기엔 한계가 있으나 문제 발생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구청이 주민 편익을 도외시하고 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발이 있을 경우 교통 혼잡 문제 등은 두 지구 모두에 공통되게 발생할 수 있는 과제이지만 어떤 이익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구청별로 입장이 다른 것이다. 귀추가 주목된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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