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지은 2층집-인테리어 업체서 석달째 자원봉사

입력 2002-10-12 15:33:00

11일 오후 대구 남산2동 남산초등학교 뒤편 골목. 뚝딱 뚝딱 연장소리가 끊이지 않고 손수레가 쉼없이 오가고 있었다. 삽으로 모래를 퍼 나르고 건설 자재를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작업현장 바로 옆 조그만 벤치 주변에는 8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업자들의 숨소리와 작업음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했다.

오랜 정성들이 쌓아 올리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예쁘고 아름다운 2층집 하나. 새하얗게 칠해진 벽면과 짙은 고동색 지붕이 그림같은 정경을 이룬 이 집의 주인은 8명의 시각장애인들이었다.

새 집은 시각장애인들에 맞게 구석구석 특별히 배려됐다.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집안 곳곳의 턱을 없앴다. 물론 옛날식 화장실도 현대식으로 바꿨다. 벽면에 손 짚을 난간도 만들었고 조명도 특별히 밝게했다.

어려운 이들에게 집을 선물하는 사람은 인테리어업을 하는 전쌍조(40) 사장과 그 회사 직원들. 지난 7월부터 3천여만원의 사재를 들여 공사를 진행,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 사장과 직원들을 이 일과 연결시킨 인연의 끈은 한 사회시설 자원봉사자였다. 남산2동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집을 고쳐줄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듣고 찾았다가 아예 새로 지어 주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60여년 전 지어져 거의 쓰러져 가는 20여평 집에 8명이나 되는 대식구가 사는 모습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았다.

석달째 온몸으로 봉사해 온 강영만(31) 대리는 '이번에 집을 지으면서 남을 기쁘게 하는 일이 이렇게 신나고 좋은 줄 처음 알았다'며, '우리 회사 직원 20명 모두가 너무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일했다'고 했다. 공사비가 당초 예상액보다 대여섯 배나 들어 힘들기도 했지만 공사장에 매일 나와 고맙다고 인사하는 시각장애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갚음이 되고 남았다는 것.

시각장애인 여덟 식구는 오는 19일 드디어 새 집으로 이사 들어갈 예정이다. 장애인 김선희(58·여)씨는 '전 사장님과 직원들이 너무도 고맙다'며 '새 보금자리에서 식구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새 삶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