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産銀, 검찰개입을 기다리는가

입력 2002-10-12 14:52:00

현대상선에 대한 4천억원 '몰래대출' 의혹이 이젠 더는 숨길 수 없는 막다른 골목까지 와 있는데도 정부와 산업은행이 계속 손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처사는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 법이 없어 계좌추적을 못하겠다는 금감원이나 한광옥 전 비서실장의 대출외압 명예훼손 건(件)을 '말꼬투리' 그 자체만 수사하겠다는 검찰이나 하나같이 진실의 실체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굳센 의지다. 그러나 '굳센 의지'는 그럴때 써먹는 의지가 아니다.

4천억원의 행방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요 며칠새 드러난 '서류상의 세가지 의혹'만으로도 실토하기에 충분하고 수사하기에 충분하다. 현대상선의 산은 대출 관련서류중 차입신청서와 약정서·융자금 영수증에 사인된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의 서명 필체가 제각각이어서 '산은 직원들이 뒤늦게 서류를 꾸미면서 조작한 것 아니냐'하는 위조의혹이 국회서 제기된게 그 하나다.

두번째는 현대상선 대출신청서류의 접수대장에 7건 모두 '100-1'식의 임시번호가 붙여져 정치문제화 이후 끼워넣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인데, 산은은 "급하게 일처리를 하다보면 그럴수도 있다"는 낯두꺼운 답변이다. 더구나 엊그제 당시 장부에 기록된 대출금액이 산업은행은 4천억원, 현대상선은 1천억원, 은행연합회 여신정보 현황에는 0원으로 돼있어 "그럼 3천억원은 새가 물어갔나?" 하는 것이 세번째 의혹이다. 관련당국과 현대는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는가.

산업은행의 감사담당 고위간부가 4천억원 당좌대월 신청을 사흘만에,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승인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시인하고 있는 판에 금감원측은 계속 적법대출이라고 맞받아치고 있으니 분명 둘중 하나는 틀렸다. 바로 이 틀린 것을 바로잡자는게 국민들의 요구인데 모두들 왜 먼산타령인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까지 계좌추적을 요구했겠는가? 검찰도 어물어물 하지 말라. '땅바닥에 새끼줄이 있길래 줏어왔다'는 소도둑이 있을때 검찰은 새끼줄만 수사하려는가? 본질은 4천억원의 행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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