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경마장 부지 '부적절'

입력 2002-10-12 12:14:00

경주 경마장 대체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삼성경제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경북도가추천한 경주시 천북면 덕산지구와 건천읍 용명지구 등 2곳이 '경마장 부지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새로운 후보지 물색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마사회측은 12일 국회 보고를 통해 "이같은 용역결과를 토대로 지방 경마장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혀 '경주'경마장은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다.

▨덕산리와 용명리 평가 결과=용역 보고서는 우선 덕산리와 용명리 2곳이 '지형 조건상 개발대상지로 매우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도시에서 1시간 이상 떨어져 확실한 수요 확보가 곤란하고 대중 교통수단마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후보지 주변에 석탑과 기와 가마터(瓦窯址) 등이 묻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등 문화재 매장 가능성이 잠복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4년 6월부터 경주시 손곡동과 천북면 일대에서 시행된 경마장 건설사업이 문화재 출토로 지난해 인가가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사전에 논란을 막자는 것이다.

▨또다른 후보지=보고서는 일단 '교통망 확보가 용이한 대도시를 배후도시로 설치해야 장기적 사업전망이 양호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후보지로 대구권역이 떠오른다. 마사회 주변에서는 "대구지역 5곳과 경북지역 1곳 등 6곳을 후보지로 잠정 결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측의 이같은 '권고'는 '경주' 경마장을 기대한 경북도나 경주시의 감정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당초 예정됐던 용역 보고서 발표 시점을 지난 10일에서 이달 말로 순연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경우 최종 입지선정 과정에서 보고서 내용이 뒤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경북권 경마장 후보지를 결정하겠다"며 '경북권'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경마장을 "지역적 고려나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경제성과 장기적 사업성을 최우선 고려할 경우 보고서 결론이 번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향후 전망=마사회측은 "최종 후보지는 연구소측이 추천한 지역을 우선 순위로 하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선 순위를 중시하되 정부와 지자체의 협의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경마장 건설을 둘러싼 대구시나 경북도의 물밑 로비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사회측은 대구.경북권 경마장의 경우 오는 2005년부터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후보지가 최종 선정되더라도 빨라야 3년 후에나 삽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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