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때리기' 한나라·민주 합심

입력 2002-10-11 15:02:00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몽준 의원 때리기에 함께 나섰다.10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시작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로비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무소속 정몽준 의원을 겨냥,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도 이날 전주방송 초청 토론회에서 "검찰에서 자금추적을 망설이고있다고 하는데 해야한다고 본다"며 4천억원 대북비밀지원설과 관련, 현대상선에 대한 계좌추적을 주장했다.노 후보의 계좌추적 주장은 대북비밀지원설에 대한 기존의 민주당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정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박주천 의원과 엄호성 의원은 정부와 현대그룹간의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 의원을 공격했다.박 의원은 "정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계열분리로 현대그룹의 부실기업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특혜를 제공받게 됐다"며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엄 의원은 "정부가 현대그룹의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현대중공업과 정 의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않은 채 현대에 34조원이나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했다.11일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배기운 의원은 현대상선을 통한 대북비밀지원설과 관련, "정부가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어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관련법을 재검토, 계좌추적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전날 계좌추적을 주장한 노 후보의 입장에 가세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처럼 정 의원 공격에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은 '현대=정몽준'이라는 등식을 확산시켜 정 의원의 지지도를 끌어내리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한나라당으로서는 지지도가 겹치는 정 의원을 집중공격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 노 후보측으로서는 당내분란의 근원인 정 의원을 공격함으로써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측의 기세를 꺾고 정경유착에 대한 노 후보의생각도 분명히 하겠다는 이중적인 포석이라는 분석이다.노 후보는 이날 "설사 (북한에)돈을 안 갖다줬더라도 그렇게 큰 돈이 쉽게 대출된 것은 정경유착 아니냐" 며 현대와 정부의 정경유착 의혹을 직접 거론했다.

이어 "현금을 안 주고 받아도 도장 하나 찍어버리면 수백억, 수천억원이 왔다갔다하는 게 정경유착이다. 현대는 안 했나, 아니면 현대는 다 했는데 현대중공업만 빠졌나"라면서 정 의원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정 의원은 소속 정당이나 지지의원이 없어 직접 맞받아치지는 못하고 "한나라당이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분별력을 잃은 것 같다"고 대꾸하는 선에서 관망하고 있다. 정 의원이 스스로 네거티브선거전을 펼치지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맞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