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군납 고추 비리… 석연찮은 두 죽음

입력 2002-10-10 15:03:00

청송 진보농협에서 시작된 군납비리의 파장이 결국 두 사람의 죽음을 몰고 왔다. 이들은 왜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경찰은 지난 8일 숨진 원주 원예농협 원모 판매과장(41)에 대한 타살 의혹을 두고 수사를 펴고 있다.

당초 경찰은 원씨가 자살한 것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유족과 친구들은 자살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자살이라니요? 절대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수십억, 수백억원을 삼키고도 눈도 깜짝않는 세상인데 그까짓 수천만원 받았다고 왜 죽는단 말입니까".

9일 오후 원주 성지병원 영안실 앞에는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원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유족과 친지들이 모여 있었다.

"경찰은 무슨 근거로 자살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등산용 칼로 스스로 목을 찔러 4.5cm 깊이의 치명적인 상처를 내고, 그것도 모자라 극약을 마시고 자살했다는 얘긴데 어디 말이나 됩니까".

영안실에서 만난 숨진 원씨와 같은 친목계원이라는 김종선(47.원주 원동)씨는 "3대 독자로 상속받은 재산도 적잖은 원씨는 성격상 참혹한 자살 방법을 택할 위인이 못된다"며 "하루 전만 해도 계원들과 함께 소주 한 잔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경찰에 자수해 모든 것을 털어 놓기로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또 친구 최세봉(41)씨도 "원씨는 자살을 결심할 만큼 단호한 성격도 아니며 쉽게 좌절할 정도로 내성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원씨와 함께 군납 업무를 맡고 있는 원주 원예농협 신익선(31)씨도 "진보농협과 관련해 한동안 고민하기는 했지만 농협중앙회의 특감을 무사히 마쳤다고 한시름 놓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9일 저녁 검찰의 사체 검시 후 부랴부랴 원씨의 사인 재조사에 나선 원주경찰서는 원씨의 죽음이 타살로 밝혀질 경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에 따라 타살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의심스런 죽음은 지난달 30일 음독 자살한 청송 진보농협 운전기사 김모씨에게도 적용된다. 자살임은 틀림없지만 과연 그것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냐는 점에 대해 유족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씨는 농약을 마신 상태에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죽음을 종용받았음을 털어놨다. 또 부인은 "김씨가 죽음을 택하기 전까지 감사에 대한 엄청난 심적고통과 부담을 안고 있었다"고 전하며, "그들이 수시로 만나자고 전화를 걸어 사건축소와 혼자 책임질 것을 압박했으며, 심지어 허씨는 휴대전화에 '말을 맞추자', '다른 생각을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등의 음성을 남겨 협박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군납비리와 관련해 각종 로비자금을 전달했던 김씨는 사건 진실의 핵심인물. 허씨는 그동안 수차례 돈으로 김씨를 매수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자가용을 구입해 줬으나 이마저도 김씨가 할부금을 내는 등 완전 매수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에 사건 은폐를 위해 김씨의 존재가 엄청난 부담이 됐다는 것. 때문에 허씨는 수시로 김씨에게 책임질 것을 종용하고 말을 맞추자는 등 협박과 함께 은연중에 '죽을 것을 강요'했을 지도 모른다는 반응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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