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전도사'이재우씨 주선 산골서 열린 '추억의 인형극'

입력 2002-10-10 14:16:00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뜻을 모아 문화 혜택에서 소외된 농촌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인형극 공연이 열렸다. 봉화읍에서 20km나 떨어진 명호면 한 교회의 작은 방에 지난 7일 밤 30여명의 어린이들이 모였다.

이날 무대는 아름다운영주(www.iyeongju.pe.kr)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영주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문화유산 전도사' 이재우(32·영주시 정보통신담당관실)씨와 하늘꿈 인형극단(단장 허양심) 등이 마련한 인형극을 보기 위해서이다.

농촌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인형극을 보기 위해 멀리 춘양에서, 10리 이상 걸어서 통학하는 명호초교 어린이들은아예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기다렸다가 함께했다. 옛날 곡마단 공연이 그리운 듯 10여명의 어른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재우씨는 도시를 떠나 명호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서울대 출신 농사꾼 송성일(41·본지 6월17일 보도)씨를 몇달전 만나고 난 후 이곳에서 인형극 공연을 계획했다. 송씨와 부인 류준화(40·화가)씨로부터 농촌 어린이들이 너무나도 문화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것이다.

마침 영주에서 지난 96년 창단이후 정기공연은 물론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200여회 공연을 한 하늘꿈 인형극단 허양심 단장을 만나 "흔쾌히 도와 주겠다"는 지원을 얻어냈다.허 단장과 남편 조동래(44·영주시 휴천2동사무소)씨 단원(8명)들은 공연에 필요한 탈과 의상 등의 소품과 조명기기 등을 들고 명호를 찾았다. 동산여자전산고 피부미용과 학생 4명도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기 위해 동행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인형극 공연에 앞서 허 단장의 지도에 따라 춤과 율동을 했다. 처음에는 이같은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듯 잘 따라하지 않았고, 마음을 잘 열지 않는 듯했다.이윽고 인형극이 시작되자 어린이들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됐다. 처음으로 인형극을 만난 어린이들은 신기해 하면서도 '와' 소리와 함께 간간이 박수를 보내는 등 인형극에 빠져 들고 있었다. 무대가 좁고 관객도 적었지만 아름다운 무대였다.

최규형(춘양초교 6년)군은 "TV에서나 보아왔던 인형극을 직접 관람할 수 있어 재미있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명호 비나리에 살고 있는 유은혜(명호초교 5년)양은 "재미있고 실제 이야기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만족해 했다.이씨는 도회 어린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시골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봉화.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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