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민주당내 반노(反盧)파의 좌장 김영배 의원은 "국민경선은 사기였다"고 내뱉었다. 현정부에서 외교통상부장관과 유엔총회 의장 등 더할 수 없는 관복(官福)을 누린 강원도의 한승수 의원은 어제 고무신 거꾸로 신고 한나라당에 갔다.
파장(罷場)의 자민련쪽 의원들도 너댓명 한나라당으로 보따리를 쌀 궁리다. 민주당내 반노세력인 후단협 멤버들은 정몽준 후보 꼬시기에 안달이고, 이한동 전 총리도 뒤늦게 밥숟가락 들고 제몫 챙기기에 부산하다. 국민들이 보고 있는 작금의 정치판은 한마디로 "놀고 있네-"다. 이때 누군가 홱-하고 준법의 호루라기,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주어야 하는데 그걸 불 사람이 없다.
대선(大選)정국에서 정치판의 연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판의 이합집산은 '대권열차'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한 아생연후(我生然後)식 생존전략일 뿐이다. 그런데도 포장은 하나같이 위국(爲國)이다. 정작 선택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정책과 이념, 정당의 정체성에 따라 움직여야 할 정치인들이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붙고 떨어지니 국민이 정치를 욕하는 것이다.
자기당 노무현 후보에게 막말하고 있는 김영배 의원은 당시 "국민경선이 정치개혁의 새시대를 열었다"고 큰소리쳤던 경선관리의 총책임자요, 한승수 의원은 한나라당이 그 외교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던 DJ외교의 계승자라는 사실에서, 국민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제'즉 상류계층의 '도덕적 의무'의 실종을 읽는다.
충청도 표를 의식해서 한때나마 JP와의 '한.자동맹'을 생각했던 이회창 후보 진영의 계산법이나, 정치혁명을 외치면서 '옥석구분 없이' 온동네사람 다모여 국민통합하자는 정몽준식 계산법도 모두들 정도(政道)에서 벗어나 있기는 매일반이다.
우리는 작금의 정치행태가 원칙도 명분도 없는 3김정치의 답습임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6공때의 3당합당, 지난 대선때의 'DJP 연합'이 우리정치사를 한참 뒷걸음치게 했음은 생생하다. 짜깁기식 합종연횡은 이제 그만하라. 이념과 정책에 따라 헤쳐 모이라.
개혁도 '중도'개혁, 진보도 '온건'진보, 보수도 '개혁적'보수라면 이건 이념의 차별화가 아니다. 노동자.서민층도 껴안고 싶고, 기득권.부유층도 다 껴안고 싶으면 거기엔 정책의 차별화가 없다. 모두들 후보의 정체성 확립에 머리를 짜고 정치개혁의 의지를 국민에게 확인시켜주는 작업에 몰입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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