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에 타향에서 처절하게 죽어간 고향의 친구, 선·후배들에게 이제야 조금은 빚을 갚는 느낌입니다".육군이 영천의 국민방위군 묘역을 6·25 전사자 유해발굴대상으로 정하고 오는 28일부터 유해발굴작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7일 공동묘역을 찾아온 국민방위군 징집장정 생존자 최종호(72·대구시 도동)씨는 눈물을 흘리며 깊은 감회에 잠겼다.
강원도 정선출신인 최씨는 6·25전쟁당시 1·4후퇴때 남하하던 국군에 의해 당시 20, 30세 연령층의 장정 수백명과 함께 징집당해 20여일간을 걸어 영천시 화산면 매산리(지금의 매산동)에 수용됐다. 최씨는 "당시 징집된 장정들은 은해사, 청통초교, 매산리에 각 400~500명씩 분산수용됐으며목총으로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한끼 식사가 주먹밥 한개와 멀건 국 한그릇이 전부고 벌판에 토굴을 파고 가마니 위에서 이불 없이 잠자는 등 최악의 조건속에영양실조, 질병에 걸린 장정들이 매일 죽어나갔다는 것."너무 처참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기적같습니다".
치일리 주민 김성한(67)씨는 "당시 은해사에 수용됐던 장정들은 뼈와 가죽만 남았고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개구리와벌레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그러나 권총을 찬 장교 지휘관들은 민가에 살면서 호의호식했다"고 기억했다.
미2사단에 현역 일등병으로 배속된 최씨는 강원도 화천지구전투때 인민군에 포위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하기도 했다.최씨는 제대후 국민방위군의 일을 잊고 살았으나 3년전 영천 청통면 치일리 국민방위군 공동묘역 언론보도를 접하고 그동안 한달에 한번 이상 묘역을 찾았으며 위령제를 지내준 치일리 노인들을 찾아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또 고향인 정선군에 찾아가 정선출신 장정들이 많이 희생됐던 영천 국민방위군의 당시 상황을 알리고 군청 공무원들의 영천 묘역 방문을 주선했다.최씨는 "타향에서 외롭게 죽어간 젊은 장정들의 시신을 수습, 매장해주고 매년 위령제까지 지내준 영천 청통면 치일리 주민들의 고마움을 죽는날까지 잊을 수 없다"며 "징집 희생자들도 머잖아 국립향군묘지에 안장되면 치일리 주민들에게 고마워하면서 편안하게 잠들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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