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군기지 인근주민들 정신질환 4배

입력 2002-10-09 14:53:00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 정신심리학적 이상은 일반지역보다 4배 이상 많고, 불임될 가능성도 최고 1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군기지 반환운동연대와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는 지난 6월부터 석달간 대구 미군기지 주변 주민 221명을 대상으로 근접지역(기지 50m 이내), 외곽지역(50m 이상), 대조지역(일반지역) 등 3지역으로 나눠 주민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접지역 경우 전체 조사대상 56명 중 11명(19.64%)이 정신심리학적으로 이상을 보여 외곽지역 73명 중 5명(6.85%), 대조지역 55명중 1명(1.82%)보다 크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 노력해도 임신이 안된 경우에 대한 조사에서는 대조지역(대상자 23명)에서는 불임자가 한 명도 없는 반면 근접지역 경우 17명 중 3명(8.14%), 외곽지역 경우 22명 중 6명(14.25%)이 그런 것으로 집계됐다.

기지 주변 주민들의 스트레스 수준도 대조지역 주민보다 크게 높고, 수면장애도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박증, 우울증, 불안감, 공포증, 편집증, 주요정신증 등 정신심리적 상태평가 결과도 마찬가지.

이번 조사는 헬기소음 등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몇달에 걸쳐 의학적으로 규명한 첫 조사여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 김동욱 간사는 "소음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기지 주변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으로 시민단체가 의료인들과 함께 조사하게 됐다"며, "주민들을 선정해 소송인단을 구성한 뒤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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