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건강 2080-(12)임신과 치아질환

입력 2002-10-08 14:10:00

임신 중에는 여러 가지 신체 변화가 나타나며 입 안도 예외가 아니다.잇몸이 붓고 아파 칫솔질을 할 때마다 피가 묻어 나고 치통이 심해도 막연한 두려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치과를 찾는 임신부들은 임신 이후에 잇몸이 나빠졌다거나 태아가 영양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치아가 약해졌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임신이 잇몸의 염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잇몸 염증의 근본 원인은 임신이 아니고 양치를 제대로 못했을 때 생기는 치석이나 치태이다. 임신은 움직이기 쉽지 않고 쉽게 피로해지며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는 시기이다.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입덧 등 여러 가지 조건 아래에서 칫솔질을 소홀히 하면 임신 중에 잇몸 질환이 증가한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의 분비 변화로 잇몸의 혈관 벽이 얇아진다. 여기에 입 안의 환경이 불량하여 적은 양의 치태나 치석만 쌓여도 쉽게 염증이 생긴다.

대개 임신 2, 3개월에 잇몸 염증이 생겨 8개월까지 심해지다가 9개월쯤 되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임신성 치은염이라고 한다. 건강한 잇몸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원래 염증이 있던 부위가 더 심해지는 현상이다. 가끔 심한 염증 때문에 잇몸의 한 부위가 붉게 부풀어오르며 큰 덩어리를 이루는 임신성 육아종이 생기기도 한다.

임신성 치은염은 출산 후 증상이 뚜렷이 완화되지만 이미 약해진 잇몸조직의 회복을 위해서는 스케일링과 잇몸 치료가 필요하다. 임신 중에 잇몸 질환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은 충치이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입 안이 산성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충치가 생길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든다.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면 입맛이 변해서 단것만 찾다가 충치가 생기거나, 구토를 할 때 나온 위산이 치아를 부식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몸이 피곤해서 치아 관리를 게을리 하는데 있다. 결국 입 안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충치 예방법이다.아기를 가질 계획이 있다면 충치.사랑니 등은 미리 치료하고 치은염이나 치주염이 있는 지를 검사해야 한다.

치태나 치석 등 잇몸 질환의 원인을 미리 없애고 칫솔이나 치실을 이용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임신을 해서 치과에 갈 수 없다며 통증을 참다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치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 임신 중에도 응급치료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물론 임신 초기는 태아의 신체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응급 처치 외에는 잘 하지 않지만 임신 4~6개월에는 웬만한 치료는 거의 받을 수 있다. 임신 말기에는 치료를 출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항생제를 비롯한 약들을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된다. 일부 항생제는 아기의 치아를 어두운 회색이나 노란색으로 착색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과에서 흔히 방사선 촬영 검사를 하지만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찍으면 길을 걸을 때나 텔레비전을 볼 때 노출되는 정도의 방사선과 차이가 없으므로 염려할 필요는 없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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