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고추 비리 핵심들 경찰수사전 잠적·출국

입력 2002-10-08 00:00:00

청송 진보농협 군납 고추 비리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일제히 농협 감사와 경찰 수사에 앞서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한 것으로 밝혀져 사건 실체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리의 실체를 밝힐 열쇠를 쥐고 있는 납품업자 허모(37)씨는 이미 지난 3일 인도네시아로 도피한 사실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지난달 23일 농협 특감이 시작된 뒤 30일 진보농협 이사들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 조합장 등 관련자 5명을 25억여원 횡령혐의로 청송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나 고발자 명단에 사건의 핵심인 허씨는 빠져있었고, 나머지 농협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경찰은 미리 신원 확보를 않는 등 초기 대응에 허점을 보였다.경찰은 7일 뒤늦게 진보농협 전 조합장 권모(62), 상무 권모(55)씨 등 피고발인 2명을 긴급체포했으나, 허씨로부터 각각 2천만원과 2억6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원주 ㅇ농협 원모 과장과 경남 ㅊ농협 이모 공장장은 특별감사가 시작된 지난달 사표를 제출하고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 진보농협 조합장의 친인척으로 허씨 회사에서 경리를 담당한 여직원 박모씨와 박모 과장도 일찌감치 관련 서류를 챙겨 행방을 감췄다.여기에다 로비자금을 전달했던 진보농협 운전기사 김모(39)씨가 "상사의 심부름으로 일을 처리한 죄 밖에 없다.

모든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는 사람들이보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자살, 수사가 벽에 부딪쳤다. 김씨의 경우 농협 특별감사가 시작된 뒤 사건의 핵심인물들로부터 '모든책임을 지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 유족들은 "로비자금 전달·공문서 위조 및 조합장 인장 도용 등 모든 일들을 상사들의 지시에 따라 했을 뿐"이라며 "농협이 사건실체를 숨기고, 경찰이 늑장대응하는 바람에 사건 진실을 규명할 관련자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분노했다.

특히 경찰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출입국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고, 농협중앙회는 감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밝혀놓고도 숨기기에만 급급하는 등 사건 해결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경북경찰청은 허씨가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밝혀진 7일에야 뒤늦게 수사대를 현지로 내려보내는 등 사건 접근에 있어 총체적 난맥을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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