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일손가뭄

입력 2002-10-07 00:00:00

태풍 '루사'가 휩쓸고 지나간 들녘에 가을걷이가 본격 시작됐지만 품삯이 치솟고 농기계 임대료마저 껑충 뛰어올라 농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벼는 쓰러지고 과일은 대부분 떨어져 수확할 물량도 없이 빈 가지만 남았는데다 이를 수확하려해도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추수를 대신해 주는 위탁영농업자들도 "물이 제때 빠지지 않아 작업이 어렵다"거나 "벼가 쓰러진 논은 작업하지 않겠다"며 수탁을

기피해 농민들이 부담해야 할 추수비용은 예년보다 평균 20~30% 높아진 상황이다.게다가 각급 행정기관, 사회단체, 기업체, 군부대 등도 태풍이 지나간 뒤 며칠동안만 벼세우기 등 '반짝지원'에 나선 이후 요즘에는일손지원을 아예 뚝 끊다시피해 일손 가뭄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구미 해평들을 비롯한 의성·군위 등 경북 중부지역의 경우 벼베기 하루 품삯이 점심과 교통비를 별도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남자가 5만~6만원, 여자가 4만~5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보다 15~20% 가량 올랐다.

위탁영농회사의 작업수수료도 200평당 5만~6만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만원 가량 올랐고, 침수됐거나 벼가 완전히 쓰러진 논은기계손상 등을 이유로 작업을 기피해 5천원 정도의 웃돈까지 얹어줘야 작업을 맡길 수 있다.

농기계 임대는 지역에 따라 콤바인이 200평당 4만2천원, 산물벼 수매를 위한 벼 건조기 사용료도 1가마(40kg)당 150~200원 수준으로 각각 20% 이상 뛰어올랐다.

사과 등 과일수확도 여자는 4만원, 남자는 5만원이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수해농민 박모(47·구미)씨는 "벼가 쓰러져 일의 능률이 떨어진데다 품삯마저 크게 오르는 등 영농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지었다.

과수원 6천여평을 임대해 3년째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48·성주)씨는 "인건비가 해마다 치솟고 있지만 과일값은 제자리 아니면폭락"이라며 "올해는 아마 임대료도 못 건질 것"이라 걱정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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