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두달 '가창 TV경마장' 현장보고

입력 2002-10-07 00:00:00

대구 가창 TV 경마장이 개장 두 달을 맞았다. 주변 교통정체 등 여러가지 일로 말도 탈도 많았던 이곳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휴일인 6일 오후 1시50분.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 대구 TV경마장의 2~4층 사이 객장을 가득 메운 고객 1천900여명은 5번째 경주TV화면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주마 출발 직전 객장에 흐르던 초조감과 긴장감은 곧바로 소란으로 바뀌었다. 14마리의 말이 동시에 출발하자 곳곳에서"뛰어라 뛰어!" "참 미치겠네, 1등으로 가다 막판에 처지다니!" "에이××!"… 함성, 탄식, 욕설이 터져나왔다. 경기도 과천 경마현장에서 TV생중계를 하는 현지 아나운서는 경주 시간 내내 속사포식 중계로 흥분과 열기의 분위기를 더 높이고 있었다.

그러나 1회 경주 시간은 겨우 1분 정도. 이 회차 경주가 끝나자 고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20여종이나 되는 사설 정보지를 놓고 다음 경주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휴대폰 통화에 매달리고 있었다. 옆에서 흘려 듣기는 얘기로 미뤄 과천 등 수도권의 전문꾼들과정보를 주고받는 듯했다.

남성이 고객의 90% 정도를 차지했으나 30, 40대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기자가 접근하자 당황해 하며 손을 내젓고는황급히 자리를 피해버렸다.각층 객장 모퉁이에 있는 간이매점 앞도 붐볐다. 고객들은 선 채로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연기 자욱한 흡연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베팅 노하우를 화제로 삼는 일행들로 얘기꽃이 한창이었다.

시간이 오후 2시10분이 넘어설 즈음, 고객들은 화면에 나타나는 경주마별 전국 베팅 현황을 참고해 가며 6번째 경주 베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주 시작시간은 오후 2시20분. 시작시간을 2, 3분 앞두고는 '작전' 수립을 끝낸 듯 고객들이 마권 발매창구로 몰려북새통을 이뤘다. 이렇게 해서 또한번의 경주가 시작되면 객장은 긴장감에 빠졌다가 다시 소동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었다.

흡연실에서 만난 정모(49·자영업, 경남 합천군)씨는 "오늘 첫 개장 때부터 5만~10만원씩 줄곧 베팅했으나 40만원을 잃었다"며 허탈하게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친구 2명과 함께 경산에서 왔다는 김모(44)씨는 3년간 서울, 대전, 부산, 광주를 돌아다니며 경마에 베팅을 해 1억여원을 날렸다고 했다.그는 "결국에는 돈을 다 잃을 수밖에 없으니 일반 시민들은 아예 이곳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대대적으로 기사화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처럼 전문 경마꾼들이 경마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이 터지는 '대박' 때문이다. 이날도 6회째 경주에서 이모(48·대구 남구)씨가 2만원을 베팅해 270.8배의 배당률이 걸린 우승마를 맞춰 540여만원을 챙기는 횡재를 했다. 지난달14일에는 김모(41·대구 수성구)씨가 10경주에서 10만원을 베팅해 267.5배의 배당을 받아 2천675만원, 원모(43·대구 동구)씨는 843.5배의배당률이 걸린 경마에서 1만5천원을 베팅해 1천265만원을 챙겼다.

하지만 '대박'은 역시 가뭄에 콩나듯 하는 것일 뿐. 지난 8월 10일 개장된 대구 TV경마장에서는 지금까지 토·일요일 합해 16일, 하루 12회씩 모두 192번의 경주가 있었으나 대박을 챙긴 것은 10번도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 역시 4번째 경주에서 복승식 120배의 고배당이 터졌지만 대구 TV경마장에선 해당 말에 베팅한 고객이 한사람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창 TV경마장 입장 인원과 하루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해 '경마의 저변 확대'가 진행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사고 있다. 첫 개장일에 1천100여명이 입장해 4억7천여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지난달 1일엔 입장객 1천600여명에 1일 매출액이 10억원을 돌파했다. 또 지난달15일에는 2천200여명이 입장해 12억5천여만원의 매출액을 보였으며 6일에는 1천900여명이 들어가 매출액은 10억여원에 달했다.

더우기 6일 입장객 1인당 매출액은 55만5천여원으로, 대전 36만원, 광주 42만원, 부산 46만원을 압도했다. 이 때문에 마사회 대구지점측은전문꾼들이 대구 TV경마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창성 사업과장은 "고객 상당수가 부산·대전·서울 등을 찾아다니던 단골경마꾼들로 400여명이 주로 고액 베팅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장은 "그 나머지는 그냥 즐기는 사람들로 보면 된다"면서, "일반 시민들이 레저 삼아 참여하는 형태가 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장시간이 오전 11시∼오후 5시30분 사이여서 토요일 입장인원과 매출액은 일요일에 비해 30% 정도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식당가는 주차 손님 유치 등으로 짭잘한 재미를 보고 있는듯 했으나 경마장 특수를 노리고 개업했던 이곳 전당포들은 의외로 파리를 날린다고 했다.교통난 등을 이유로 TV경마장 개장에 강력 반발했던 가창 주민들은 대구시와 마사회의 교통난 해소와 지역개발 약속을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그러면서도 우려했던 우범지대화 및 주민들의 경마장 출입 피해 등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안도해 하는 분위기였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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