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의주 특구 이견 표출

입력 2002-10-05 00:00:00

중국이 4일 양빈(楊斌)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을 특구 문제 협의차 현지로 떠나기에 앞서 전격 연행한 것은 사전 협의도 갖지 않는 등 외교관례를 무시한 북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북한이 신의주 특구출범 및 양빈 장관 임명 과정 중 상당 부분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는 등 중국의 체면이 손상된 것이 한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양 장관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중 체포했다는 설도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지역의 중국 관방 인사들 말을 인용, 중국이 지난 7, 8월부터 탈세 혐의 및 토지의 불법 용도변경 문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여 오던 중 양 장관이 신의주 초대 특구장관으로 임명된 것에 몹시 당황해했다고 전하고 특히 "기본적인 외교 관례조차 무시한 것에 불쾌(不高興)해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또 양 장관이 행정장관 임명 직후 중국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9.30 비자면제 입국'을 호언하고 나서는 등 신중치 못한 행보가 지속되자 '손을 봐줘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와의 관계 악화 가능성과 11월8일 열리는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全大)를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특히 중국 당국이 김 위원장의 체면 손상을 우려, 인내심을 갖고 양 장관의 행보를 지켜봐왔으나 그가 지난달 말 양국간 협의를 필요로 하는 신의주 비자 면제 문제까지도 중국과 상의 없이 전격 발표하는 등 외교관례는 물론 국제법까지 무시하고 나서자 '일단 잡아 넣자'는 방침이 정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CNN과 BBC, 뉴욕타임스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4일 중국 당국이 양빈(楊斌)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장관을 연행한 사건을 주요 기사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특히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5일 중국 당국이 전날 북한 신의주특별행정구 양빈(楊斌) 장관을 연행한 데 대해 전체적으로 "양빈 장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CNN=미국의 CNN 방송 인터넷판은 양 장관이 이날 오전 중국 동북부 선양(瀋陽)에서 중국 당국에 의해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미 경제전문지 포천을 인용, 양 장관이 9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그가 화훼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최근에는 재정난을 겪었다고 밝혔다.

△BBC=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양 장관이 선양의 자택에서 연행됐다고 전하면서 양 장관이 탈세와 주식 거래, 불법 부동산 거래 등의 혐의로 연행됐다고 보도했다BBC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의주 특별행정구 개발을 양 장관에게 맡겼지만 양 장관의 경험 부족과 무리한 발언 등으로 인해 신의주 특구개발에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양 장관 측근들의 말을 인용, 30여명의 중국 공안들이 이날 새벽 5시께 양 장관의 자택으로 진입해 양 장관을 연행했으며 그의 비서와 운전사도 함께 연행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양 장관의 연행은 북측이 추진하고 있는 신의주특구에 대한 중국과 북한간의 이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북한의 신의주특구개발 계획이 너무 급하게 추진됐고 일부 아시아 기업체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는 우려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워싱턴포스트=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중국 소식통을 인용, 중국 당국이 양빈 장관을 연행했지만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혁 노력에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양 장관을 연행한 것은 북한 정부가 양 장관을 신의주 특구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신의주특구개발 계획을 소개하면서 양 장관의 연행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난처한 지경에 처할 것이며 북한의 경제개혁 노력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 반응=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중 국경의 안정에 깊이 관계되어 있는 신의주특구에 대한 기본방침을 놓고 독주를 계속해 온 양빈씨에 대해 중국 당국의 강력한 경고가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앞으로 중국 당국이 양씨를 어떻게 처리할지 불투명하지만 특구운영에 관해서 중국측은 북.중협의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북측에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양빈 장관이 외국인에 대한 신의주 무비자 입국발표 등 독자노선을 걸었다"며 "중국 정부가 양씨의 자질에 의심을 품고 있는 점이 연행배경이 됐음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번 연행 사건은 중국이 양씨를 지지할 수 없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아사히(朝日)는 전했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양씨가 장관에 정식으로 취임하기 이전에 중국측이 사실상의 '불신임'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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