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부인인 한인옥씨가 당내 모임에서 "하늘이 두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발언은 적어도 21세기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 발언이 당 소속 '국회의원·지구당 위원장·자치단체장 부인 연찬회'라는 당내 모임이었다해도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우선 이 발언은 정치적 보복의 냄새가 배어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씨는 김대업씨의 테이프가 조작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가슴이 찢어졌고 막막한 심정이었다"며 병풍(兵風)으로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토로하면서 "그간 서럽던 울분을 풀고 싶은 심정"이고 "하늘이 두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누가 들어도 보복의 의지가 숨어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보복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게 국민적 합의다. 그리고 이는 이회창 후보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 부인이 나서서 보복의 냄새를 풍긴다면 나라꼴은 어찌되겠는가. 권력이 사유화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설친다'는 소리까지도 듣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하늘이 두쪽 나도...'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선에서 이기자는 승리지상주의로도 해석될 수 있다. 울분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겠지만 부정선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당장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이 지방자치단체를 총동원한 관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는 성명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명선거 역시 새시대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우리의 정치숙제이다. 그런데 '하늘이 두쪽 나도' 라고 강조했으니 분명 공명선거를 바라는 국민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말이다.
병풍사건이 현재의 흐름대로 김대업씨의 조작으로 밝혀진다 해도 분명한 것은 이후보의 두아들이 군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해도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겠지만 아들을 군에 보낸 다른 어머니들의 걱정과 근심도 헤아릴 줄 아는 후보의 부인이 되었으면 한다.
당내 모임이고 비공개 모임에서의 발언이었다 해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말인 것 같다. 진솔하게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일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한다면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했던 이 모임이 연수원 직원의 실수로 공개가 된 것이 어쩌면 다행스런 일일 수도 있다. 국민의 마음을 바로 읽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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