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 억지민원 봇물

입력 2002-10-04 15:38:00

시민들의 일그러진 주차 양심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불법주정차 단속을 당한 시민이 구청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난동을 부리면서 "왜 하필 내차만 단속하느냐"는 억지성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모 구청 주차단속 공무원 김모(46)씨는 최근 서구 중리동 ㄱ 가구점 앞길에서 불법주차중인 이모(45·달서구 상인동)씨의 승합차를 단속하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자신의 차를 단속하는데 반발한 이씨가 단속카메라를 빼앗은데 이어 플라스틱 막대기로 김씨의 배를 찔러 크게 다쳤다는 것.

동료 공무원들은 "단속 차량에 다리를 끼워 넣고 스티커 발부를 취소하라며 길바닥에 드러눕는 등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적지않다"고 하소연했다.

각 구청 주차단속반은 스티커를 발부받은 시민들이 전화를 걸어 심한 욕을 해대거나 사무실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발신자 번호 추적 및 녹음장치 등을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

또 일부 구청의 경우 주차 단속에 항의, 구청장실에까지 찾아와 난동를 부리는 시민들때문에 비서진이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구청 비서실의 경우 하루 평균 3, 4명이 찾아와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욕설을 하거나 농성을 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구청 관계자는 "정말 억울한 시민보다는 왜 하필 내차만 단속하느냐며 막무가내로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타분야는 선진화 돼가고 있지만 주차의식만은 해가 갈수록 오히려 뒷걸음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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