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를 위한 차".
마케팅 전략이 고도화되면서 광고는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에서 고객을 세분화해서 차별화시키는 데이터베이스(Database) 마케팅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광고 역시 자동차 광고에서 '대한민국 1%를 위한 차'를 카피로 내걸면서 고소득층 1%를 향한 광고 흐름이 본격화된다.
삼성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들을 부자의 범주에 넣는다. 현재 이들은 전체가구의 1%선인 14만가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IMF 직후만 하더라도 광고의 시선은 중산층과 그 이하로 내려왔다. 환경미화원 아버지를 따라 나온 아들, 실직한 가장의 눈물 등을 통해현실 극복을 독려했다. 어려운 현실을 향수로 달래주려는 듯 유난히 고향을 소재로 한 광고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화면은 사라지고 있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일어나 스포츠카를 몰고 나간다. 골프를 즐기다가 부부가 함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하면서 "당신의 능력"을 보여준다. 친구들과 만나서 새로 산 김치냉장고에 관해 자랑하고 백화점 명품관에서 카드로 쇼핑한다. 인터넷이 연결된 핸드폰으로아빠에게 성적표를 자랑하고 저녁에는 온가족이 대형 디지털 고화질 TV 앞에 모여 앉는다.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 사회는 '돈'과 관련한 얘기를 하는 것이 금기시 되었다. 하지만 IMF를 거치면서 달라졌다. 출판가에는 '부자학'과 '돈버는 법'에 대한 책이 쏟아지고 광고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공연히 '부자'를 운운하며 돈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귀족마케팅'은 기업으로 봐서는 당연한 광고 전략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20대 80법칙'은기업체의 매출 가운데 80%가 상위 20% 고객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더욱 두드러져 '10대 90' 법칙이 통용되고 있다.
또 지난 IMF 외환위기시에나타난 것처럼 고소득층의 소비규모는 경기변화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고 고소득층 타겟제품들은 대부분 가격대비 마진율이 높다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광고는 상품 소비를 통한 계층 상승 욕구를 자극한다. 광고의 이면에는 이 차만 소유하면, 이 카드만 사용하면 '대한민국 귀족'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환상이 내재되어 있다. 소비 모방형태를 지켜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소득층이 마케터에게 매력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이들의 소비행태가 다른 소득계층의 모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즉 상류층의 소비행태는 중상류층에 의해 모방되며 중상류층은 다시 중류층에 의해 모방된다.반면 대다수의 서민들 가슴에는 계층간 이질감을 형성한다. '부자아빠'가 되지 못하는 대부분의 가장들과 '명품 분유'를 먹이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속상함은 광고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광고가 욕구 상승 이미지를 넘어서서 허탈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1%를 위한' 광고는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99%의 서민들이 절감하게 만든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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