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산업은행을 통해 대출받은 4천억원을 한꺼번에 인출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대북 비밀지원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현대상선은 '묵묵부답'하며 적극 해명하지 못하고 있고, 돈을 대출해준 산업은행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이유로 구체적인 자금의 사용 및 상환 내역에 대한 확인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지난 2000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당좌대월대출 4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만 쓴 것으로 기록,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불투명한 해명=현대상선은 지난 25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4억달러를 조달해 북한에 비밀 지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자금 운용상 미스 매치(불일치)되는 부분에 대해 수시 차입하는 운용자금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27일 당좌대월 4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만 2000년 8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기록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선박 용선료 지불 1천506억원 등의 용처를 제시하며 나머지 3천억원은 하반기에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9일 상선측이 4천억원을 일시에 인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30일 산은이 이를 공식 확인함에 따라 3천억원을 하반기에 사용했다는 현대상선의 기존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또 4천억원이라는 거액의 당좌대월을 빌려 이 가운데 4분1만 쓰고 굳이 20여일 뒤 산업은행에서 또다시 9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받으면서, 3천억원을 다시 입금했을 수도 있다는 '복잡한' 자금 처리 절차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에 대해 "대출금에 대한 이자부담 때문에 우선 필요한 1천억원만을 쓰고 나머지는 하반기에 집행했다"며 "4천억원은 2000년 연말 감사보고서에 기록된대로 쓰였다"라고 해명했다.
◇4천억원 용처 밝혀질까=현대상선이 4천억원을 일시에 인출했다는 산은의 확인이 나오면서 이 돈의 구체적인 인출 방법 및 용처와 입출금 시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2000년 반기보고서에서 당좌대출 사용금액을 1천억원으로 기재한 것은 인출금액 가운데 일부를 상환했거나 회계처리상 실수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출후 불과 20여일만에 3천억원을 상환했거나, 이를 회계 '실수'로 누락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정확한 자금 흐름은 산은과 현대상선의 입출금 기록 및 장부 공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공개를 꺼릴 경우 대북 비밀 지원 논란과 함께 분식회계 의혹까지 불거질 수도 있어 산은과 현대상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