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구리소년의 恨' 어이 할꼬

입력 2002-09-27 15:03:00

개구리 소년들은 11년만에 그들이 사는 집부근 야산(와룡산) 계곡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그야말로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처럼 실감날 수 있을까. 전국민들이 찾아나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이 끝내 유골로 발견됨으로써 부모들의 가슴엔 또 다른 못을 박은꼴이 됐고 국민들 입장에선 실로 어처구니 없다는 탄식과 함께 결과적으로 경찰수사의 잘못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발견된 유골에 대한 정밀감식과 DNA검사 등으로 이들이 개구리소년들 이란 확인절차를 남겨 뒀지만 부모들이 유골의 치아, 운동복, 신발 등으로 자기 자식들이란 걸 확인해준만큼 이제 남은건 그들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일이다.

경찰은 그 당시엔 유골 발견지점이 숲이 우거져 있었기에 5명이 길을 잃고 결국 동사(凍死)했는데 당시에 시신을 발견못한건 목격자들의 진술대로 그 반대쪽 산에 대한 수색에만 열중하다 보니 자연 이쪽은 허술하게 됐다는 쪽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 얘기는 경찰이 초동수사 단계부터 수사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수사의 기본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어야 된다는 수칙을 제대로 못 지킨게 결과적으로 11년간의 미스터리로 남겨뒀다는걸 경찰은 깊이 통찰하고 남은 의문이나마 풀어야 할 것이다.

우선 동사했다해도 5명의 시신을 연인원 30여만명의 수색대가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 물론 유골 발견지점을 소홀하게 수색했다지만 며칠 계속된 수색이면 시신이 썩는 냄새마저 놓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타살 가능성인데 이건 그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 금품요구도 없었고 원한관계도 아닌만큼 정신병자의 소행쯤으로 볼 수도 있으나 9~13세의 어린이를 5명씩 한꺼번에 죽이는 것도 쉽지 않고 또 타살이면 암매장 되는게 상식인데 매장흔적이 없는 것으로 봐 이것도 석연치 않다.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 바로 이 미스터리를 경찰은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 워낙 오래된 유골이라 쉽진 않겠지만 '경찰손에 쥐어준 유골'을 놓고 사인마저 못밝힌다면 그건 대한민국경찰의 수치이다.

초동수사마저 원시적으로 대처하다 결국 사건을 놓쳐버렸다면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그야말로 '과학수사'로 이 미스터리를 풀어 풍비박산된 유족들이나 사망한 어린이들의 혼이나마 위로해야 할 것이다. 만약 타살이면 반드시 범인을 법정에 세워 정의가 살아있음을 경찰은 입증해낼 책임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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