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충주호를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가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한 높이. 발목과 연결된 한가닥 줄에 의지한 채 지상 62m 철구조물 가장자리로 다가선다. 그러나 똑바로 설 수조차 없다.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 뒤로 물러난다.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균형조차 잡기 어려운 상태. 포기할까 말까 쉴새없이 마음이 바뀐다. 땅바닥에 두발을 디딘 구경꾼들은 뭘 저리 기다릴까. 터질 것 같은 최고조의 긴장된 순간.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해본다.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멋지게 날아보리라 마음먹고 올랐던 높이. 지금은 새가슴이 되어 끝에 섰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번지!" 두 안전요원의 자신있는 카운트다운에 힘입어 몸을 던진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62m에서 자유낙하 하는데는 불과 4초. 예상했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고무줄 탄성에 다시 45m 정도를 하늘로 튕겨지고 나서야 아찔한 공포가 사라진다. "이야호-". 겨우 입이 떨어지고 구경꾼의 박수소리도 귀에 들어온다. 극한의 공포가 짜릿한 쾌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충북 제천시 청풍호반. 시원해진 날씨 속에 가을 경치도 구경하고 극한의 모험도 즐기는 스릴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대구도심에서 승용차로 2시간이내의 거리인 것도 매력이다. 제천시가 2001년 11월 번지점프, 이젝션 시트, 빅스윙, 수상경비행장, 인공암벽장 등을 갖추고 개장한 청풍랜드(043-648-4151)는 '극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종합레저타운이다.
"번지점프의 매력은 해 본 사람만이 압니다. 공포를 이겨냈다는 성취감과 이젠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최대 수확입니다".청풍랜드 번지점프 팀장 고경일(36)씨의 번지점프 예찬이다. 하지만 수없이 뛰어내린 번지점프지만 매번 무섭기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인다. 놀랍게도 번지점프를 하는 남녀비율은 거의 반반이란다. 그 중 5~10% 정도는 걸어서 내려온다. 돈을 내고 공포만 체험하고 짜릿한 쾌감은 느껴보지 못했으니 이리저리 손해인 셈이다.
"두 개의 가닥으로 특수제작된 고무줄을 발목과 허리에 이중으로 고정시키고 밑에는 5m 수심의 인공 풀을 설치해뒀습니다".번지점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 위험도가 높을수록 그만큼 더 안전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규정만 지키면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고 팀장은 말한다. 비용은 3만5천원.
다음은 전투기 조종석의 비상탈출 시스템에서 고안해 낸 이젝션 시트를 타본다. 번지점프와는 반대되는 개념. 2인용 좌석이 잡아당겨진 고무줄에 의해 40m 상공으로 튕겨져 올라갔다 멈출 때까지 뒤틀리며 상하운동을 한다. 위로 튕겨 오르는 순간 번지점프 못잖은 엄청난 힘을 온몸으로 느낀다. 2만원.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잠시 소개됐던 빅스윙은 재미있다. 거대한 그네에 엎드린 상태로 매달린 채 40m 높이에서 낙하, 80m의 반원을 그리며 왔다갔다 한다. 시원한 느낌이지만 스릴과 공포는 바이킹에 못지 않다. 2만원.
온종일 스릴 가득한 레포츠로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기에는 수경분수쇼가 좋다. 감상포인트는 청풍랜드 위 '만남의 광장'. 오전11시, 오후1.3.5시와 오후8시30분에 160m 높이로 물을 뿜는다. 하지만 번지점프의 여운은 좀처럼 삭아들지 않는다.
가까운 호수에서는 드림항공(043-643-2676)의 수상경비행기를 타고 체험관광을 해볼 수도 있다. 2인승으로 청풍호반 일대를 한바퀴 돌아온다. 10분 3만5000원. 청풍호의 환상적인 가을풍광을 포기한다면 대구 도심 우방타워랜드(053-620-0001)에서도 비슷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9월 잔디광장에 설치된 번지점프는 35m와 25m 두 종류. 가격과 높이도 적당해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2만원(25m), 2만5천원(35m). 자유이용권 할인은 1만6천원, 1만9천원. 11월말까지 초.중.고 학생 단체 (30명이상)에는 특별 요금을 적용한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먹을거리='금수산송어장가든'(043-652-8833)의 송어비빔회가 별미다. 채소에다 송어회를 듬뿍 넣고 초장, 다진 마늘과 콩가루를 넣어 비비면 매콤한 양념 맛에 쫄깃한 송어 맛이 일품이다.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와 노보텔 일식 주방장 출신인 정의택(36)씨가 금수산 계곡물에서 기른 송어와 산천어, 향어를 회로 쳐낸다.청풍랜드에서 제천방향 2㎞ 지점 무암사 길목에 있다. 송어 1㎏에 1만6000원.
◇묵을 곳=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청풍리조트(043-640-7000)는 가족형 고급 리조트다. 레이크호텔과 힐호텔 등 2개의 특급호텔에 모두 276개 객실과 수영장, 퍼팅골프장(1시간 4천원)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민연금가입자에게는 숙박료를 주중 40%, 주말 20% 할인해 준다. 평일 스탠더드실은 1박에 6만6천원.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에서 나와 오른쪽 금성(청풍)방면 597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20분쯤 달리면 청풍리조트와 청풍랜드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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