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탱자 울타리 바로 너머에서/ 고양이도 같고 애기도 같은 울음으로/ 어린 내 새벽잠을 오들오들 떨리게 하던 늑대야// 설치고 일어나 뒷밭으로 오르다 보면/ 토끼털이 섞인 채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똥을/ 풀입 위에 두꺼비처럼 눠 놓았었지//…// 늑대 우는 산골에 가서 밤을 맞으면/ 빛바래 오히려 정겨운 꿈 한 자락 너울거리고/ 헐렁한 매듭 하나 다시 풀어져/ 가을의 밑바닥에 가라앉는다//…'.낭만시 동인인 조욱현 시인(상주여고)이 신작시집 '늑대댜 늑대야'를 한국문연에서 펴냈다.
그의 시에는 잡귀가 출현하고 늑대 울음이 등장한다. 산 자와 죽은 자, 귀신과 짐승은 물론 사물들까지 한데 어우러진 카니발의 현장을 떠올린다. 다소 낯설면서도어디선가 본 듯한 이 기묘한 풍경은 기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다.
시인은 야성과 위엄을 상실한 늑대를 통해, 문명에 의해 훼손된 늑대를 통해 잃어버린 인간과 자연과의 공동체적 삶을 그리워한다.근대화란 이름으로 미개라는 딱지를 붙여 거세해버린 우리의 생동감있는 샤머니즘 문화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그래서 시인이 시세계는 원시적인 생명력이 넘친다. 탱자나무 울타리 옆에서 늑대가 울고, 귀신과의 교감도 가능한 원색의 강렬한 색채가 꿈틀거린다.
조욱현 시집 '늑대야 늑대야'
'소슬한 봄이다/ 살구꽃 피지 않아도/ 눈덮인 山/ 깡마른 나무들에 휘몰아치는 바람 / 외로워도/ 봄이다// 더는 뒷걸음칠 수 없는 봄이다/ 立春 뒷덜미 시려/ 江은 다시 얼어붙어도/ 외줄기 상큼한 해조음/ 봄이다/…'. 종교인.경영인.정치인 등의 다양한 삶을 살아온 최우석 시인이 7년만에 두번째 시집 '입춘(立春) 이후(以後)'란 시집을 월간문학 출판부 시인선으로 펴냈다.
최 시인의 미학은 이처럼 포에지의 신서정성(新抒情性)에 기반한다.그것은 대체로 한국시의 전통적 서정성에 준거하고 있으면서도 21세기 오늘의 삶을 시적 오브제의 추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화 시인(한국문협 부이사장)은 이를 '최우석의 포스트 리리시즘 미학'으로 평가한다.
시인의 신서정성은 이같이 오늘 우리 삶을 구성하는 사회성에 착목해 거둔 미학적 솜씨가 남다르다. 그것은 노장 철학의 무위자연과 연통하며허무와 환멸을 신서정의 역설로 바꿔놓기도 한다. 결국은 아름다운 인간의 길에 대한 희구이다.
최우석 시인의 '입춘 이후'
영천 화산중학교가 전교생이 참여한 사랑의 편지글을 모아 '꽃뫼 씨알들'이란 문집을 펴냈다. 이 책은 글 잘쓰는 몇몇 학생들의 편지글이아니라 전교생 63명이 참여한 문집이란 측면에서 교육적인 의미가 크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부모님과 자녀간에 주고받은 사랑의 편지'.'사제간에 주고 받은 사랑의 편지'.'친구간에 주고받은 사랑의 편지'.'동해를 오고간 우정의 편지' 등 4부로 구성된 문집에는 부모와 교사.학생들이 모처럼 겉으로 드러내보는 마음들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화산중 오수현 교장은 "한 학기 동안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사랑의 편지쓰기 실적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며 "국제교류 체험학습을통해 일본 마에치에 중학교 학생들과 오간 편지글도 함께 수록해 더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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