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Y자형 인간관계

입력 2002-09-27 14:14:00

가족 구성원들을 몹시 피곤하게 하는 대화의 유형이 있는데 이른바 Y자형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거다. 보다시피 Y자는 가운데 하나의 점을 중심으로 세 변이 만나는 가운데 점의 위치를 누군가가 차지해서 온 가족의 방자나 향단 역할을 맡는 의사소통의 형태다.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서 대변인 노릇을 하는 엄마들, 시부모와 남편의 중간에서 양쪽 모두가 기분 상하지 않을 말들만 골라서 하는 며느리들, 우애 없는 동생들이 서로에게관심을 가지도록 이쪽 저쪽 좋은 말만 전달하는 누나나 형들….

주변을 둘러보면 Y자의 중간점에 서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양심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주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족간의 대화 단절이 괜히 자기 탓인 것 같고 어떻게 해서든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놔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되게 해보려는 이런 시도는 가족들이 직접 대화할 기회를주지 않아 서로 더 멀어지게 만들고 시간이 갈수록 중재자에게 더 의존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흘러가면 가족들은 중재 역할을 맡은 사람의 공덕을 알아주기보다는 원망하게 되기가 쉽다.

권위적인 시아버지와 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남편사이에서 십 년 넘게 대변인 역할을 해오던 종가 며느리를 얼마 전 만났는데 긴긴 세월 노심초사 끝에 남은 것은 속병과 울화뿐이고 시아버지와 남편과의 관계는 항상 그 자리라서 이제는부자가 직접 대화하라고 선언을 했단다.

그랬더니 속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고 부자간의 사이도 오히려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부자간에 전화도 곧잘 한다며 진작 알아서하게 내버려둘걸 그랬다고 싱글벙글이었다.

추석을 쇠고나서 여기저기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다. 귀향준비다 차례준비다 해서 밑빠진 독에 물 채워 놔야 하는 콩쥐 심정인데 가족들 대화까지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보태 안 아픈 게 이상하다. Y자의 중간 지점에 자신이 서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번 추석을 계기로 자신의 자리를 바꿔보면 어떨지….

양정혜 계명대교수.광고홍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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