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병풍은 어디가고…

입력 2002-09-26 15:32:00

나무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거나 가지들이 무성해져 결국 나무의 둥치마저 고사하게 된다. 이른바 병풍(兵風)이 지금 딱 그 짝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면제가 적법한가 여부가 '둥치'인데 검찰수사로 넘어가면서 주변가지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 바람에 '둥치'는 어디로 가고 없는 형국이 돼 버렸다.

이 문제를 제기한 김대업씨, 수사책임자인 박영관 서울지검특수1부장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면서 급기야 박 부장검사의 자격시비로 이어졌고 이게 김정길 법무장관의 해임건의안까지 부른 게 그 1라운드였다. 이때까지의 민주당의 공세는 그런대로 '파워'가 먹혀들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김대업씨 감방동료의 진술을 토대로 역공세를 취하면서 접어든 2라운드에선 오히려 분위기는반전되는 듯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김대업씨가 현정권의 핵심인사나 수사책임자 등으로부터 '병풍'사주를 받았고 결국 김씨가 그에 응했다는 게 그 대강이다. 물론 민주당이나 관계자들은 극구 부인했지만 그 발설자인 김씨의 감방동료가 괴한들로부터 납치당한 사건이 터지면서 사건은 묘하게 됐다.

▲피랍중에 김대업씨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에서 얼마를 받기로 했나? 그 2배를 줄테니 홍준표가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라"는 회유를 받았다고 했고 김씨는 "한나라당에서 시킨 거지"라고 다그쳤다고만 했다. 결국 납치와 전화통화 사실만은 확인된 셈이다. 이 국면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국민들의 생각 나름이다.

▲문제는 엉뚱한데서 돌출해버렸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회장이 외화밀반출사건 재판에 앞서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언론사 세무조사 고발사건수사중에 모 언론사의 자료를 주면 잘봐주겠다"는 말을 기자들에게 한 게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병풍'은 '언론사 세풍(稅風)'으로 변해버릴 국면이다.

물론 박 부장검사는 이를 부인했지만 또다시 그의 병풍수사책임자 자격시비로까지 번질 조짐이다.더욱이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국회대정부질문으로 병풍을 떠들어주면 검찰이 수사하겠다"는 말을 한 주인공으로 박 부장을 지목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검찰관계자'로 바꾸는 소동도 있었던 터였다.

▲병풍수사는 검찰이 당초 "신속하게 결론내겠다"고 했지만 근 두달째 미적거리고 있는새 묘하게 꼬여 버렸다. 수사책임자를 바꾸라고 했을 때 안바꾼 게 결국 더 큰 화근이 된 형국이다. 문제는 이런 저런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병풍수사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얼마나신뢰를 받을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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