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얼굴성형 붐

입력 2002-09-26 14:01:00

요즈음 여성들의 얼굴성형 붐이 이상기류를 타고 전국적으로 만연하고 있다. 젊은 여성뿐 아니라 중년 여성도 얼굴성형을 당연하게 여기는 추세이다.

그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우선 TV방송의 각종 광고에서 완벽한 미를 갖춘 패션모델이나 연예인이 대거 동원되어 여성들로 하여금 이들의 외모에 대한 선망을 부추기고 있고, 각종 여성잡지에서 여성의 아름다움과 성공을 연계시킨 신데렐라 류의 신화들이 양산되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 잠재적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성형외과 기술이 아름답고자 하는 여성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까지 발달되어 있기도 하다.그러나 얼굴성형 붐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충격은 여성해방의 물결에 휩쓸린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육체 그 자체로 잘못 아는 경향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남성과 여성을 평가함에 있어 서로 다른 기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남성 중심의 제도들 속에서 표면적으로만 해방된 여성들이 자신을 역시 표면적으로만 해방된 육체와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여성들은 취업과 결혼시장에서 미모가 다른 모든 조건을 상쇄시키는 것을 경험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혹은 정체성을 획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성형을 선택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얼굴이나 몸매를 하나의 자산으로서 관리하고 정비하려 들거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외모에 자기도취적으로 열중하고 있다.

비록 여성들은 자신들이 에로틱한 대상으로 상품화되는 것에는 반대하면서도, 사회진출이나 사회관계에서 여성적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표면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할 경우 에로티시즘과 혼합되면서 진정한 인간해방이나 자기완성보다는 자신의 육체를 장식용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그럴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지나치게 성적 쾌락에 탐닉하는 향락 풍조가 만연될 위험이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인위적으로 꾸며진 자아의 허구성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록 진부하긴 하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남녀 차별적인 이중잣대를 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노진철(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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