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수능 평가 결과-재수생-고3 성적차 작년의 2배

입력 2002-09-25 14:00:00

24일 공개된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채점 결과, 올해 수험생의 평균성적이 재학생을 중심으로 작년 수능보다 더 떨어졌다.

이번 모의평가가 실제수능과 똑같은 난이도로 출제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작년 수능결과와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지만 올해 수험생들의 성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있는 잣대임은 틀림없다.

특히 평균 성적하락에도 불구하고 재수생은 전체평균으로 따져 성적이 오히려 올라갔고 재학생을 엄청난 차이로 앞서고 있어 올해 대입에서는 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재수생의 약진이 예년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들의 교차지원 억제로 자연계 수험생이 늘어난 가운데 자연계 성적 하락폭이 큰 것도 특징으로 예년 같으면 인문계나 예체능계 수능을 응시해 자연계 학과로 교차지원하려던 학생들이 자연계 수능을 응시해 평균성적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수험생들이 접해보지 못했던 특이한 유형의 문제유형이 많아 성적하락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돼 이를 감안한 난이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수생 초강세

매년 수능에서 재수생의 성적이 재학생을 앞서왔지만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실제 수능에서도 재수생 돌풍이 예상된다.

이번 모의평가 지원자 56만6천152명(실제 응시자 52만)중 재수생은 17.8%인 10만674명이었으나 수능지원자(67만5천759명)중 재수생 비율은 이보다 높은 26.6%(17만9천733명)나 돼 이들의 성적이 대입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모의평가 평균성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재수생 평균성적은 전체집단의 경우 인문계 255.3점, 자연계 292.0점, 예체능계 208.4점으로 작년수능보다 각각 22.2점, 20.4점, 20.2점이 올랐다.

상위 50%는 작년수능보다 인문계 0.1점, 자연계 6.7점, 예체능계 1.4점이 하락했지만 재학생에 비하면 하락폭이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재수생과 재학생의 성적차는 엄청나 전체집단에서 인문계 58.7점, 자연계 72.1점, 예체능계 54.6점이 높고, 상위 50% 집단에서는 인문계 22.7점, 자연계 28.9점, 예체능계 23.5점이 높다.

이는 역대 수능중 재수생·재학생 격차가 가장 심했던 작년에 전체집단이 인문계 29.6점, 자연계 41.4점, 예체능계 28.3점, 상위 50% 집단이 인문계 11.3점, 자연계 15.8점, 예체능계 11.4점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수준이다.

영역별로는 전체집단의 경우 인문계는 언어(14.8점), 자연계는 수리(17.9점)영역의 차이가 가장 컸고, 상위 50% 집단은 인문·자연계가 모두 수리에서 8.3점으로 가장 격차가 컸다.

이같은 현상은 작년수능당시 고3으로 '단군이래 최저학력'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현재의 재수생보다 올해 고3학생의 학력이 더 떨어진다는 일선 고교와 입시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입시전문가는 "올해 고3들의 학력 저하는 이해찬 1세대로 불리는 현재 재수생들이 중학교 3학년때인 98년 새로운 입시제도 도입계획이 발표될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현재 고3들의 학업소홀이 더 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올해 대입에서는 재수생들이 집중지원하는 상위권대학 인기학과를 중심으로 재수생 합격비율이 예년의 30~40%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연계열에서 재수생-재학생간 격차가 심해 의·약계열 등 자연계 인기학과는 고득점 재수생들이 독점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영역별 성적

▲언어=2002학년도 수능에서 전년대비 상위 50% 수험생이 인문계 24.6점, 자연계 21.8점이 떨어져 난이도 조절 실패의 원인을 제공했던 만큼 올해는 쉽게 출제될 것이 확실시되는 영역이다.

이번 모의평가도 상위 50% 집단에서 인문계가 작년 수능보다 1.9점, 자연계 2.0점이 올랐고, 전체집단에서 인문계 0.8점, 자연계 2.5점 상승해 난이도 조절의 의도가 보였으나 기대만큼 성적 상승폭이 크지는 않았다.

▲수리=작년 수능에서 언어영역 다음으로 낙폭이 컸던 영역이나 모의평가 결과는 출제진의 의도와는 달리 상승폭이 적거나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기도 해 출제진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체집단에서는 인문계 2.6점, 자연계 0.3점 상승했으나, 상위 50% 집단에서 인문계만 1.7점 올랐고 자연계는 1.7점 떨어졌다.

▲사회탐구=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실제로 전체집단의 경우 인문계 2.3점, 자연계 3.3점이 떨어졌고, 상위 50% 집단은 인문계 1.9점, 자연계 4.0점이 떨어졌다.

▲과학탐구=역시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가 점쳐졌지만 상위 50% 집단에서 인문계, 자연계가 모두 9.2점이 하락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전체 집단도 인문계가 5.9점, 자연계가 6.2점 떨어졌다.

출제진은 과학탐구의 점수하락폭이 큰 것은 예년에 선보이지 않았던 참신한 유형의 문항을 많이 시도했기 때문으로 여전히 암기위주 공부에 익숙한 수험생들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어=작년에 비교적 적절한 난이도였던 영역으로 모의평가에서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수험생 기준으로 인문계가 0.3점, 자연계가 0.6점 상승했고, 상위 50% 기준으로 인문계 1.7점, 자연계 2.8점이 하락했다.

◇자연계 성적 하락

작년수능과 대비하면 전체수험생 평균성적이 인문계가 4.5점, 자연계가 6.1점, 예체능계가 6.3점 하락했다. 상위 50% 기준으로는 인문계가 9.2점, 자연계 15.7점, 예체능계 12.5점으로 자연계의 하락폭이 더 컸다.

인문계에 비해 자연계열의 성적이 나은 현상은 유지됐지만 상위 50% 기준의 경우, 작년에는 인문계와 자연계 성적이 33.8점차, 전체 수험생 기준 28.3점 차가 났지만 모의평가에서는 상위 50% 기준 27.3점, 전체 수험생기준 26.7점차로 차이가 줄었다.

이는 올해 교차지원 억제로 자연계 수험생 비율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예년에 비해 성적이 낮은 수험생들이 자연계 수능으로 응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능 등급

5개영역 총점으로 내는 수능등급은 원점수가 아닌 변환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전체 수험생중 몇등인지를 가려 결정하기 때문에 원점수 하락과 큰 관계는 없다.

수능등급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시 2학기 모집에서 대학들이 최저자격기준으로 활용하거나 정시모집에서도 자격기준으로 삼는 곳이 많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이번 모의평가에서 나타난 자신의 등급을 염두에 두고 대학지원에 활용해야한다.

이번 모의평가 결과 상위 4%인 1등급은 인문계가 348.17점, 자연계 358.89점, 예체능계 304.95점으로 작년 수능보다 인문계가 3.74점 상승했고, 자연계와 예체능계는 각각 0.28점, 0.37점 하락했다.

이는 모의평가 평균 성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상위권 학생들은 성적 하락폭이 적었던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에는 중위권인 4·5·6등급의 성적하락폭이 커 이들의 등급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남녀별 차이

상위 50% 기준 언어영역에서는 여학생이 인문계에서 1.3점, 자연계는 3점 앞섰고, 수리영역에서는 남학생이 인문계에서 4.1점, 자연계에서 2.6점 앞섰다.

사회탐구는 남학생이 인문계에서 2.0점, 자연계에서 0.8점 앞서고, 과학탐구는 남학생이 인문계 1.6점, 자연계 1.4점 앞서고, 외국어영역에서는 인문계에서는 남학생이 0.9점 앞서고, 자연계에서는 여학생이 0.5점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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