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의 감격이 여전히 도처에 남아있음을 이번 추석에 만난 고향 친지들이며 친구들로부터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16강, 8강전 녹화방송을 보노라면 그 때 그 순간의 흥분이 새삼스러워진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러나 한편 그 감격의 와중에 중요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 고향을 다녀오면서 그런 생각이 새삼 절실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지난 월드컵 기간동안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과 함께 체험했던 몇 가지 기억을 부끄러운 심정으로 더듬어 본다.
지금도 대구시가지의 가로수 사이에 볼썽사나운 줄을 쳐놓은 것을 본다. 중간 중간에 '무단횡단 금지' 표지판이 달린 것으로 미루어 그 끈이 쳐진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솔직히 우리의 양심을 신작로 한복판에 내다 건 것 같아 낯이 따갑다.
시내 관광을 할 때였다. "한국에서는 오토바이를 탈 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가 보죠" 라는 질문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하필 그날 따라 안전모 착용자가 왜 그리 적었던지…. 게다가 신호 대기중에 창 밖으로 담뱃재를 털어 대는 운전자는 또 왜 그리 많이 보이던지….
시내관광을 마치고 꽤나 시설이 괜찮다는 대중목욕탕으로 안내했을 때의 일이다. 젊은 청년이 온탕과 열탕 사이의 경계 턱에 벌러덩누워 잠자고 있는 게 아닌가. 도리어 그 사람에게 뜨거운 물이 튈까 조심스럽게 탕 안에 들어가야 할 지경이었다.
목욕 후 홈 스테이 할 집 앞에다다르자 아파트 현관문 앞 한쪽 구석에 어지럽게 포개진 중국집 배달 그릇이 보였다. 먹다 남은 음식과 양념이 더덕더덕 붙어있는 단무지 접시, 뚜껑 열린 고춧가루 그릇까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한가지 공통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일상이 매사에 성급하고 끝장을 빨리 보려들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흔적을 뒤돌아보지 않는 집단 은폐행위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 섬유도시 대구공항에는 오늘도 외국인 출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칫 신작로에 내다 걸릴지도 모를우리의 양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최영식(영남이공대 건축과교수.경북도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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