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도식성'이다. 체제를 찬양하는 정형화된 서정서사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시의 다양성을 누리고 있는 남한의 독자들은 지레 따분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같은 도식성 속에서도 북한의 시에서는 가끔 새로움이 발견된다. 최근 남북간 정치적인 화해기류와 함께 통일문학사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반가운 측면이다. 진보적 시문학지 '시경' 창간호가 '북한 현대시의 흐름'을 분석했다.
월간지 '조선문학'(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기관지) 2001년 6월호부터 2002년 7월호까지에 담긴 시 중 8편을 소개하면서 북한문학이어떻게 도식성을 벗어던지고 참신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김응교(일본 와세다대학 객원교수)시인이 기고한 '정치적 변화에 따른 북한 시의 변모과정과 현실적 의미 분석'에 따르면 우선 김일성만을찬양했던 수령형상문학이 대를 이어 김정일을 찬양하는 '태양송가'로 전이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문학평론가의 말 그대로 '장군님께 기쁨 드릴 진실한 시'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일상을 꼼꼼히 묘사한 생활시도 영웅찬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러는 토속적인 맛과 인간적인 맛을 포함한 적절한 변조와 리듬까지 갖추고 있지만, 북한사회의 영웅을 찬양하는 모양새로 끝나기 일쑤이다.
자연을 찬미해도 당시의 정치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 경우가 많다. 자연을 노래하면서 통일세상을 그리는 뜨거운 의지가 직설적으로담기는 형식이다. 그러나 때로는 적절한 곳에 변주를 가해 전통 민요조의 단조로움에 산뜻한 맛과 고상한 기교를 가미하고 있기도 하다.
'조선문학'에 실린 시편들은 이렇게 서정과 운율의 조화를 중요하게 의식하면서 창작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김소월이나 윤동주 시인을 새롭게 인식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시경'은 따라서 북한문학의 성과를 무조건 주체사상의 산물로만 인식하는 고착화된 사고에서 벗어나 나름의 내재적인 변화를 짚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한 문학의 차이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통일문학사를 일구어 나가기 위한 진지한 성찰이 뒷받침될 때 북한시도 북한시를 보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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