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3대 석탑으로 꼽히는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국보 20호).석가탑(국보 21호)과 감은사지 서쪽 석탑(국보 112호)이 크게는 1도 가량 기울어지는 등 안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충격적인 사실은 실종된 문화재 보호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로 문화재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천200여년의 세월 동안 전설과 경배의 대상이 돼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탑이 이 지경인데도 방치하고 있다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에 다름없으며, 문화민족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신영균 의원이 문화재청 국정감사 자료로 입수한 고려구조엔지니어링의 진단에 따르면 감은사지 서탑은 1도, 석가탑은 0.9도, 다보탑은 0.6도나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초 문화재위원회가 올해 초부터 보수작업을 하기로 결정했으며, 문화재청도 예산(3억8천만원)까지 배정했으나 1년이 가깝도록 점검마저 하지 않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문화재는 개정불가한 인류 역사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문화재를 소중하게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민족의 번영을 위하여 후손들을 교육할 교과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역사의식의 발로에서 비롯된다. 문화재는 선조들의 찬란한 얼이 담겼느니, 잘 보존해 후세에 물려주는 게 우리의 책무라느니 해 왔지만, 정작 그 훼손과 파괴가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제에 문화재의 유지에서 보수, 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을 뛰어넘어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만 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의 종합병원이어야 하며, 문화재의 데이터 베이스 구축에서부터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을 치료하고 살리는 전문인력 양성까지 전방위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화재는 전문가가 많아야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화재 훼손을 막으려면 우선 관리 인력을 늘려서 체계적인 관리와 보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재 관련 예산도 늘려야 한다. 개.보수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실공사 문제도 문화재 전문인력 양성기관 설립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화재청을 주축으로 지자체와 사찰이 공동으로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인 정비를 조속히 이루고, 첨단장비를 도입하는 한편 국민 모두도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신라 3대 석탑들의 기움 현상이 진행형이라면 정부는 해체 보수 등 특단의 조치를 서둘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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