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이대로 둬도 되나?

입력 2002-09-24 12:20:00

지난 20일 발생한 전북 전주시 금암2파출소 경찰관 살해사건과 관련, 경찰 내부에서도 파출소 운영방안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3교대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파출소 근무자가 고작 2명뿐인 만큼 경찰서 행정인력의 배치 전환, 파출소 통폐합 등이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 인터넷 게시판에는 '살고 싶으면 사표쓰고 나가야 할 형편', '범죄자 무서워 파출소 문잠가야 할 판'이라는 등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볼멘 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북지역에서도 근무자가 1~2명에 불과한 파출소로 차량을 몰고 난입해 건물을 부수거나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7일 칠곡 동명파출소에서는 정모(32.대구 북구 읍내동)씨가 술을 마신채 덤프트럭을 몰고 파출소로 돌진, 현관과 기둥을 부순 일이 벌어졌다. 또 지난달 31일 고령 운수파출소에서 도박 단속에 불만을 품은 정모(29.고령 운수면)씨가 근무하던 의경을 때리고, 이튿날 트렉터를 몰고와 112 순찰차와 파출소 게시판을 부수기도 했다.

현재 경북 도내에 경찰관이 7인 이하(3교대 근무시 2명)인 파출소는 전체 295곳 중 절반 가량인 146곳에 이른다. 때문에 사건 신고가 들어오거나 순찰을 나갈 경우 파출소 문을 잠근 채 출동하거나 혼자서 파출소를 지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경찰관 4명이 배치된 파출소도 있다. 의성 사곡.단북파출소의 경우 소장을 제외한 3명이 3교대에 나서 근무 경찰관 1명이 출동하면 의경이 파출소를 지키는 실정이다.

영주지역 한 파출소 경찰관은 "평소에 치안 수요가 적어 근근히 유지하고 있을 뿐이지 사고라도 발생하면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며 "말이 좋아예방 치안이지 실제로 2명이 근무하면서 1명은 파출소를 지키는 데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농촌지역 파출소 운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4개 파출소를 한데 묶는 '광역파출소'를 도입하려 했으나 검토단계에서 백지화된 상태다. 일부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파출소가 없어질 경우 치안서비스가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경찰 내부에서도 파출소장이 줄어드는 등 승진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시행이 유보됐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파출소에 민원인이 방문할 때 흉기 소지여부를 확인한 뒤 문을 열어주도록 지침을 내려보냈다"며 "현재 영천지역 15개 파출소에서시범 운영하는 디지털 CCTV와 화상비상벨도 조만간 확대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만.이희대.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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