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여유로움-말레이시아

입력 2002-09-19 14:17:00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채 21세기 새 비전을 향해 열대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는 나라 말레이시아. 석유가 나오고 주석, 고무, 목재 등이 풍부한 천연 자원의 부국이다.

콸라룸푸르 국제 공항에서 수도 콸라룸푸르로 향하는 도로가엔 마치 야자수 같이 생긴 팜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 고개를 흔들며 이방인을 반긴다.

첫 인상부터 남방국가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 나라가 최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관광산업을 양날개로 삼아 '2020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비상하고 있다.

한쪽은 산업개발로 그리고 또 다른 한쪽은 자연보존으로 승부를 건 셈이다. 특히 9·11 테러이후 중동, 유럽 등지서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지구촌의 새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

인구 130만명의 도시 콸라룸푸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세계 최고층 쌍둥이 빌딩(지상 452m) '페트로나스 타워'가 한눈에들어온다. 삼성과 일본업체가 한쪽씩 공사를 맡아 경쟁을 벌이며 완공한 건물로 말레이시아의 개발을 상징한다.

국영석유회사 본사로 사용하고 있으며 쇼핑센터와 음악당이 들어서 있다. 앞쪽엔 분수대가 들어서 젊은이들의 활기찬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간혹 정식 차도르(회교 복장)을 한 여성들이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머리에 보자기를 두른 정도의 간편한 옷차림이다.

◈세계 최고층 페트로나스 타워

이 빌딩의 높이만큼 말레이시아의 첨단산업 육성 의지 또한 드높다. 콸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사이버자야에 대규모의 미래형 첨단 정보기술(IT)산업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슈퍼 회랑(Multimedia Super Corridor)이라 불리는 이곳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첨단도시로 키우려는 야심으로 가득차 있다.

말레이시아는 또한 자동차 산업을 정책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자국 차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국산 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도로마다 일본·한국산 등 값비싼 외제차가 많지만 자국 차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고유 브랜드를 가진 자동차를 생산하며 경제자립의 꿈을 실현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말레이시아의 자신감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의 대처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마하티르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거부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IMF가 권고한 긴축·개방정책에 반대해 고정환율제를 도입, 금리 안정, 주가 상승, 외자 유입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압둘 카디르 셰이크 파지르 관광청 장관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지금도 IMF의 도움 없이 경제회복과 자립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관광

말레이시아는'조물주의 예술작품' 원시밀림을 잘 보존하고 있다. 오지로 들어가면 아직도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글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옛모습 그대로의 자연이야 말로 귀중한 관광자원인 셈이다. 휴양지 어디를 가나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열대우림, 섬, 해변을 만날 수 있다.

공항, 도로, 호텔 등 기본시설은 현대식으로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에어컨 시설이 잘 돼 있어 실내에선 추위를 느낄 정도다. 하지만 섬이나 정글 등엔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편이다. 반면에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쉬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포르투갈·네덜란드 식민통치

▶멜라카

8월 31일(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 콸라룸푸르에서 메르데카(독립)을 외치던 젊은이들이 저녁엔 140㎞ 떨어진 남쪽도시 멜라카로 몰려든다. 고도의 거리마다 차량들로 빽빽하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독립을 자축하고 있다.

15세기 말레이 왕조의 수도 멜라카. 1511년 포르투갈에 정복당했으며 1641년에는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다. 또 1824년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 점령당하기도 했다. 곳곳에 남아있는 건물의 상흔이 그 당시 말레이인들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명소로 포르투갈 통치시대인 1521년에 지은 세인트 폴 교회, 17세기 중반 네덜란드 총독관저인 스탯허스, 1753년 네덜란드인이 지은 크리스트교회 등이 있다. 또한 16세기 포르투갈 군이 쌓은 아 파모사 요새, 18세기 후반 네덜란드 통치시대에 축조한 세인트 존 언덕이 남아 있다. 명나라 정화장군의 원정이후 술탄의 왕비가 된 명 황제의 딸 항리포와 시녀들이 살았던 중국언덕이 눈길을 끈다.

▶랑카위

콸라룸푸르에서 비행기로 50분정도 북쪽으로 날아가면 아직 때묻지 않은 섬나라 랑카위를 만날 수 있다. 열대의 처녀림으로 싸인 99개의 무인도가 그림처럼 쪽빛 바다위에 떠 있다.

◈쪽빛 바다위 99개 무인도

공항 근처 초원엔 물소 몇 마리가 풀을 뜯으며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도로가엔 양철지붕의 시골집도 그대로 남아 있다. 방갈로식 호텔쪽으로 들어서자 마치 밀림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쉐라톤 랑카위 리조트 앞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각국서 온 여행객들 사이에 한국인 신혼부부도 가끔 눈에 띈다.

랑카위 관광의 진수는 역시 섬 일주. 유람선을 탈 수도 있지만 스릴을 만끽하기엔 7, 8명이 타는 고속보트가 더 낫다. 청정바다를 가르며 질주하다배가 물살과 함께 튀어 오를 땐 "야호" 탄성이 절로 나온다.

20분정도 달려 도착한 다양분땅 섬에선 민물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탈의실이나 파라솔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나무밑엔 원숭이가 한가롭게 앉아 있다. 이곳에선'메기 발 맛사지'를 즐길 수도 있다. 호수 한쪽 마루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면 메기들이 달라붙어 간지럽힌다. 먹이를 주면 한꺼번에 수십마리씩 몰린다.

또 다른 볼거리로 이 섬의 해안가 파타이 세낭에 위치한 언더워터 월드 수족관을 들 수 있다. 5천종 이상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100여개의 물탱크에전시하고 있다. 양쪽 벽면과 천장을 수족관으로 꾸며 마치 바다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을 준다. 출구에 있는 쇼핑센터는 면세점으로 각종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여행수첩

말레이시아의 인구는 2천300만명이며, 면적은 33만㎢로 한반도의 약 1.5배이다. 민족은 말레이계 65%, 중국계 25%, 인도계 7%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교는 회교이며 언어는 말레이어를 사용하고 표기는 알파벳으로 한다. 영어가 늘리 통용되고 있기도 하다. 13개주의 연방체제로 국왕은 9개 주에서 교대로 맡는다. 아열대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은 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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