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총리의 극적인 북한방문은 다음달 10월의 '북.일 수교회담 개시'라는 또하나의 극적 효과를 낳으면서 동북아 정세의 급변을 예고했다. 특히 일본인 납치사실을 예상을 뛰어넘는 표현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변화는 향후 몰아닥칠 북.일 북.미관계의 급물살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 외교안보전략 재점검의 필요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북.일은 '평양선언'에서 납치문제의 사과, 식민지배의 사죄.청산, 수교회담 재개, 핵 관련 국제협약의 준수 등을 포괄적으로 합의해 양국관계 정상화의 큰 틀은 일단 짜여진 셈이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과거청산에 따른 '배상'문제를 '경제협력' 차원으로 바꾼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나 일본인 납치문제에 있어 그 발언의 충격.후유증을 예상하고서도 강도높은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김 위원장의 입장은 얼마나 북한경제의 개혁.회생이 절박한지를 읽게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중대한 진전이 확실하고도 긍정적인 열매를 맺기에는 난관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미사일 시험발사를 2003년 이후에도 계속 동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의혹의 빗장을 쉽사리 풀지 않을 경우 남.북의 문도 계속 좁은 상태로 일 수밖에 없다. 또한 핵사찰.핵개발.재래식 무기 등의 현안문제는 북.미문제로 떠넘겨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장 돈이 급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130억달러 상당의 경제협력자금이 일본의 호주머니에서 당장 나올 것 같지도 않다. 피랍 일본인의 수가 11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면서 그 중 8명이 사망했다는 북측의 설명이 일본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몰아넣었고, 사망의 경위.생존자 5명의 일본 귀국문제가 추후 수교협상의 걸림돌로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인 납치사과에서 김현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이은혜, 일본명 '다구치 야에코'가 사망했다는 북측의 통보는 KAL기 폭파를 사실상 시인했다는 점에서 남.북 문제로까지 비화될 참이다.
결국 북.일 수교의 과정은 앞으로도 순탄치 않고, 그만큼 한국과 미.일 3국'사전협의'의 필요성도 증대되는 시점이다. 남.북관계는 한번 웃으면 한번 울게됨을 우리는 숱하게 경험했다. 그것은 남.북 및 북.일문제가 그 자체만으로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도연결.납치사과로 한숨 돌린 한.일 양국이 향후 북.미 대화에서 어떻게 공조하느냐 하는 문제가 한.일양국의 현안문제로 떠오른 셈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