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비극 사라졌으면...

입력 2002-09-18 00:00:00

이종래(36·북구 복현동)씨의 직업은 스튜디오 영업부장. 하지만 그는 벌써 두달째 본업 외에 '린'이란 이름의 노르웨이 국적 한국 입양아의 과거를 뒤쫓는 '자원봉사 탐정'을 겸하고 있다.

"린(한국명 설은희)은 지난 77년 3월21일 북구 칠성동 경명여고 부근에서 생후 1주일만에 버려진 채 발견됐습니다. 추석전에는 꼭 한국의 혈육을 찾아서 린에게 한국의 추석이 뭔지 보여줘야 하는데...". 이씨는 벌써 100여명의 관련자들을 만났다. 파출소, 동사무소, 입양기관 등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동안 이씨의 지갑에서 빠져난간 돈도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외국어라곤 '보디 랭귀지'밖에 모르는 이씨. 과거추적작업 중 가장 힘든 것이 당사자인 린과의 대화불능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인가. 이씨는 우연히 대구지역의 한 통역자원봉사자 모임을 알게 됐다. 이 모임에 소속된 강민영·정현정·정재익씨 등 3명의 청년들이 린의사연을 듣고 우선 통역부터 도와줬다. 린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

3명의 청년들은 통역을 도와주던 중 아예 함께 '탐정대'가 되겠다고 나섰다. 자연스레 '린 부모찾기 모임'이 결성됐다.유학준비생과 대학생들인 이들은 이씨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임무분담을 해 활동하면서 제 주머니 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탐정대장' 이씨가 입양아 부모찾기 운동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자신의 처제가 입양아였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처제를 낳던 도중 돌아가셨습니다.갓난아기를 키울 수 없었던 장인어른은 처제를 양녀로 보냈고 그 집에서는 노르웨이로 입양시켰죠. 성인이 된 처제(26)는 97년부터 세차례에걸쳐 귀국, 가족을 찾았고 결국 지난 7월 처가 식구들과 처제의 상봉이 이뤄졌습니다".

처제의 가족 상봉을 계기로 린을 알게됐다. 린과 이씨의 처제는 서울 경희대 노르웨이어 강사로 함께 재직중이다. "가족을 찾은 처제를 보니 대구출신인 린의 핏줄을 찾아줘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유치원때 입양사실을 알았다는 처제는 무려 10여년간 혈육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을 태웠답니다. 노르웨이에만 우리 입양아들이 6천여명이며 이들의 70%가 친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이씨는 린의 부모를 찾는 한편 입양아의 가족을 찾아주는 대구·경북지역 모임도 결성할 계획이다. "해외입양이 사라져야겠죠.대안가정운동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일시적으로 이웃의 가정에서 보호하고 아이가 웬만큼 성장하면 부모곁으로 보내는 제도가 뿌리내리면 핏줄을 찾아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겁니다".

연락처 017-509-9620.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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