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찰 수용 배경

입력 2002-09-18 00:00:00

이라크가 16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복귀를 전격 수용한 것은 아랍연맹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과 유엔의 압력과 설득이 주효했다는게 아랍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를 거쳐 이라크의 무조건 사찰 수용 발표에 이르기까지 급박했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을수 있다.

아랍연맹은 지난 4, 5일 카이로에서 열린 외무장관 정례회의에서 미국의 이라크군사공격에 반대한다는 공동 입장을 정리하고, 이라크에 대해서도 유엔 사찰단 복귀를 수용해 스스로 위기 해결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했다.

당시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유엔이 새로운 결의를 채택하고, 미국이 군사적 선택을 하지 않고도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 기대를 피력했다. 그는 이라크가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아랍 형제국들의 설득에 따라 사찰을 수용토록 함으로써 체면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아랍권의 대이라크 정책 공조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위기는 더욱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카타르가 아랍권의 이라크 지지 연대에서 가장 먼저 이탈, 미국에 자국 기지 제공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은 중부사령부를 카타르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역내 최부국으로 온건 중도노선을 지켜온 사우디 아라비아도 종전 입장을 바꿔 프린스 술탄 기지를 미국에 내줄수 있다고 시사했다.

걸프 지역의 한 신문은 이집트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 기지로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르단과 바레인은 공개적으로는 아랍 대의명분을 외치면서 내심으로는 사담 후세인 정권 제거를 기대하는 표리부동을 연출하고 있다.

확고한 대이라크 연대를 강조했던 역내 국가들이 국가 이기주의에 기초한 실리노선으로 빠르게 선회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아랍권의 이같은 태도변화가 이라크를 압박하기 위한 공동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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