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 이라크 전쟁을 한 목소리로 반대해온 아랍권이 전쟁 불똥의 자국 유입 우려가 높아지자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아랍권 국가들은 이라크에 대해 유엔의 무기사찰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랍권 연대 붕괴?=사우디 아라비아 등 친미 아랍국가들은 대미 강경 입장에서 후퇴, 자국 이기주의에 입각한 실리 노선으로 돌아서고 있다. 반면 시리아와 이란 등 미국의 패권정책을 우려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이라크에 대한 지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은 15일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하에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자국내 기지 사용을 허가할 것"이라면서 "유엔 무기사찰단 입국을 허용해 전쟁 위기를 해소하라"고 이라크에 촉구했다.
사우디의 태도 변화는 9.11 테러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일부 왕자들이 대미 강경책에 우려를 나타냈기 때문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번 주말 사우디와 시리아, 요르단을 차례로 방문, 이라크 설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이라크에 대해 유엔 사찰단 재입국을 허용해 현재의 위기를 스스로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카타르 역시 태도를 돌변, 자국 군사기지를 미국측에 제공할 것임을 시사했고 요르단도 최근 관영 언론들이 바그다드에서 박해받는 자국민들의 실태를 자주 보도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아랍권의 고민=아랍권 지도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반미정서가 확산되고 이것이 아랍 지배층의 권력기반을 흔들까 걱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아랍사회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아랍국가' 전체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아랍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일 것이고 궁지에 몰린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인접국을 화생방무기로 공격할 수도 있다는 점이 아랍 지도자들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경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려는 여망을 복잡하게 만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요르단은 전쟁난민 유입과 원유 저가공급선 상실을, 이집트는 반정부시위로 전환될 수 있는 가두시위 촉발을 걱정하고 있다. 이라크와 전쟁을 벌인 이란 역시 후세인 축출이후 이라크에 친미정권이 수립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정리=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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