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人革黨 조작' 억울한 일 없어야

입력 2002-09-13 15:21:00

이른바 '인혁당 사건'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철저하게 조작된 것"이라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결론을 내린 만큼 이를 계기로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될것 같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지난 74년 유신반대를 극렬하게 해온 '민청학련'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면서 인혁당이 북한 공산당의 지령에 의해 활동해온 집단으로 규정, 그중 8명이 군사재판에 회부돼 1.2심을 거쳐 대법원의 사형확정판결 직후 20시간만에 형을 집행한 이례적 사건이다.

이 사건을 놓고 국제인권위도 '사법 살인'이라며 한국정부를 비난했고 사건당사자들이나 그 유족들은 최근까지 끊임없이 '유신독재의 희생자'라며 신원을 촉구해온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진상규명위는 실체도 없는 사건을 중앙정보부가 적극 개입해 수사초기부터 1.2심의 군사재판에 이르기까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문으로 조작된 게 당시 수사경찰.검사.중정요원 등의 진술과 상당한 증거로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결론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군사독재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 해도 인권이 정보기관에 의해 말살된 사건이며 이미 사형으로 숨진 사람들의 그 억울함은 어떤 명예회복조치가 있어도 풀리지 않을 사건이다.

심지어 유서까지 고문에 의해 조작됐다거나 사형판결직후 20시간만에 형이 집행된 것 등은 이 사건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겠다는 당시 수사당국의 의지가 아닌가 하는 추론도 가능하다. 뒤집어 말하면 후세에 그 흔적을 남겼다가 무슨 후환이 있을지 모른다는 '계산'까지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우리의 암울했던 시절 크고 작은 이런 억울한 사건이 많지만 유독 이 사건은 그동안 숱한 의문이 제기돼온 '반 유신'의 대표적 사건이기 때문에 '역사의 진실'이라는 차원에서도 그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따라서 진상규명위의 결론만 가지고 섣불리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재심(再審)을 통해서만 그 진실여부를 가려낼 수밖에 없다.

재심의 조건엔 판결을 뒤집을만한 '명백한 증거'가 나왔을때만 가능하도록 그폭을 좁혀놨기 때문에 진상규명위나 인혁당 진상규명대책위원회, 유족 및 당사자들은 합심해 '확증'으로 재심에 응하도록 해야 할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 조작의 주체로 지목된 중정(中情)의 후신인 국가정보원도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자료제공에 적극 협조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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