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로 9·11 테러 1주년, 세계는 지금 9·11 테러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미국사회 뿐아니라 아랍, 서유럽, 제3세계 등도 테러 이후 국제 질서와 가치관에 있어 많은 변화를 맞고 있으며 심지어 문명충돌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원인은 테러 이후 국수적인 자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대(對)테러전쟁이라는 명분하에 치른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공격 위협 등 자의적 외교정책으로 일관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아랍권은 한 목소리로 미국의 이런 일방적인 외교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에 동조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국가들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한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미국의 이같은 외교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으며, 제3세계에서는 반미의식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부활=지난 1일 LA타임스는 9·11테러 이후 1년동안 미국의 일방적 대외정책은 다른 나라의 환멸을 불러 일으켜 지구적 연대가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식 잣대에 의해 '악'으로 규정된 국가에 대해 무자비한 공격도 불사하는 부시 행정부의 '오만(arrogance)'은 자국만을 생각하는 독선적 국가안보전략으로 국제사회에 비춰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잇딴 이라크 공격 발언, 국제형사재판소 창설 및 환경협약 반대, 아프간 민간인 오폭,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내 아프간 포로 억류 등 일련의 정책과 발언은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을 따르지 않으면 모두가 미국의 적'이라는 일방주의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미국에 대해 국제사회는 미국의 신패권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왜 우리를 미워하는가?'=9·11테러 직후 국제사회는 미국에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에 많은 나라들이 동조, 국제적인 반 테러전선을 형성했다. 하지만 미국의 안하무인격 신제국주의적 태도에 유럽과 아시아 우방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지도력은 이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인의 절반 이상은 '미국이 9·11테러를 당할만하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전러시아인공공여론센터(ARPOC)가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2%가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아프간 전쟁에 대해서도 22%가 '전세계의 통치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미국도 반미감정을 의식하고 있다. 최근 미 국무부는 9·11 테러 이후 국제사회에서 더욱 현저해진 반미감정의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비공개 회의를 여러차례 개최하는 한편 '반미정서 대책회의'를 통해 반미의식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이 달라져야 한다'=9·11테러는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강구 등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이라는 유일한 '슈퍼 파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극복하고 다원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식변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와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일방주의의 한계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으며, 미국이 달라져야 또다른 9·11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9·11테러 1주년의 의미는 일방주의의 극복과 새로운 세계질서로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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