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라크 공격에 솔깃

입력 2002-09-10 00:00:00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에 반대해온 서방 동맹국들이 9일 일제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강력 비난하고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강대국들은 여전히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독일은 강력 반대, 프랑스는 조건부 찬성, 영국 강력 지지의 입장을 보여왔다.

프랑스는 유엔안보리 논의 및 결정사항에 따른다는 입장을 밝혀 안보리가 찬성할 경우 이라크 공격에 군사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독일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유엔의 승인 아래 단행된다 하더라도 이 공격에 군사적으로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달 중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독일 국내 여론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반면 영국은 미국이 유엔의 승인을 얻지 못한 채 이라크를 공격하더라도 미국의 공격에 무력으로 동참하겠다는, 강력한 대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유럽국가 중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후세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동시에 독일의 완강한 공격 반대 입장에 더 이상 동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을 위해 자국 영공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나 팔라시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외교적 채널은 이미 소진됐다고 말해 군사행동에 대한 지지를 내비쳤다.

얀 페테르 발케넨데 네덜란드 외무장관도 군사행동이 최종수단으로써 사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들 동맹국이 미국과 영국의 공격 지지 호소에 설득된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외교 관측통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은 이라크가 무기사찰단을 수용하도록 유엔이 압력을 가하는 식의 접근방식에 동조하는 입장이라고 EU 순번제 의장국을 맡고 있는 덴마크의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외무장관이 밝혔다.

한편 유럽국가 중 군사행동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집권 사민당 의원들에게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정리=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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