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이창동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입력 2002-09-09 15:01:00

"베니스의 뱃사공이 '오아시스'를 발견했다".이번 '오아시스'의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신인배우상 수상은 100년 한국 영화사의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하는 쾌거다.

특히 영화제작편수는 늘어났지만, '한국판 블록버스터'와 '조폭영화'의 잇따른 흥행실패 및 수준시비로 '명품'을 목말라하던 한국영화계에 이번 '오아시스'의 영예는 단비같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취화선' '씨받이'처럼 전통적.토속적인 소재로 수상한 영화들과 달리, '오아시스'는 '사랑'이란 보편적인 소재로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주목할 만하다.

이창동 감독은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수상소감을 열었다. 이 감독은 "오늘밤 여기가 나의 '오아시스'다"라며 "여러분들이 주시는 생명의 물을 마시고 다시 힘을 얻어 사막으로 떠나겠다"고 말해 감격을 내비쳤다.

문소리의 수상은 더욱 극적이었다. 이름이 호명되기에 앞서 문씨의 일그러진 표정연기장면이 스크린에 비춰졌다.

문소리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이 있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역도 '오아시스'처럼 하겠다"고 말해 객석으로부터 다시 한번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 감독은 54년 대구출생으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83년 문단에 등단, 전업작가로 활동했으며 93년 뒤늦게 영화계에 입문, '초록물고기'(97년)와 '박하사탕'(2000년)을 만들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출신인 배우 문소리는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영호(설경구)의 옛 애인 순임역으로 스크린 신고를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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